건설 채권신탁, 공사대금 한번에 신탁사로 전달돼야

건설경기 침체로 최근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원도급사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원도급사의 부실 여파가 하도급사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특히 하도급사 입장에서는 지급받아야 할 대금도 제때 받지 못해 동반 부실에 빠질 위험이 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근 채권신탁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이번호에서 건설현장에 도입 가능한 바람직한 신탁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건설현장 채권신탁 흐름도.
건설현장 채권신탁 흐름도.

◇ 하도급대금 보호 대안 부상
지난 2020년부터 D건설업체를 중심으로 국내 건설현장에 채권신탁제도가 시범 적용됐다. 특히 수급인(원도급사)의 부실이 발생해도 하수급인(하도급업체)을 보호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장점은 최근 PF 부실 문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수급인의 부실 확산을 차단하고 하수급인의 공사 대금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건설공사에 적용 가능한 채권신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도급대금 채권신탁, 하도급대금채권신탁이 그 것이다.

이와 같은 채권신탁은 수급인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와 같은 지급정지 또는 파산 등의 사유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수급인과 관련된 하수급인, 자재장비업자 등에 대한 임금, 기타 대금 체불 등의 문제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신탁법상의 신탁제도를 활용한 거래 방식이다.

채권신탁은 가압류 등의 직접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신탁업자는 수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고, 하수급인(제1종 수익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만약 가압류 등 직접지급 사유가 발생할 경우, 신탁업자는 발주자로부터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신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수급인의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게 된다.

◇ 강제집행 불가능한 신탁재산
채권신탁의 가장 큰 장점은 수급인의 부실에 따라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더라도 하수급인에 대한 대금 결제 등은 정상적으로 집행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최근 불거지는 종합건설사의 부실에 따라 하도급업체에게 연쇄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보전 처분 등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자금 거래 과정에 징검다리 발생 시 자금 동결 위험 노출
높은 수수료가 현 채권신탁시장 걸림돌···조합 관심 필요

◇ 자금 흐름 유심히 살펴야
최근 채권신탁방식에 대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속속 출시되거나 준비 중에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NH투자증권 △신한은행(페이컴스) △하나은행(노무비닷컴·예정)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채권신탁방식에 대해 생소하다면 반드시 상품에서 어떤 구조로 자금이 흘러가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급대금 채권신탁의 경우, 발주자로부터 대금이 신탁사로 바로 입금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도급대금 채권신탁은 마찬가지로 수급인(원도급사)로부터 입금되는 하도급대금이 신탁사로 바로 전달되는 것을 핵심이다.

만약 자금이 전달되는 중간 과정에 다른 곳을 거치는 상품이라면 ’신탁상품’으로 포장됐다고 할 수 있다.

◇ 신탁 수수료 ‘원도급사 몫’
채권신탁을 이용할 때 건설업계가 살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거래수수료다. 모든 금융거래 시에는 거래 수수료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다만 동일하거나 협약을 체결한 금융기관에 한해 면제될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채권신탁상품도 신탁수수료(신탁보수)나 대금지급시스템 사용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하도급사에게 비용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만약 대금지급시스템 사용료가 발생하는 시스템과 연계된 채권신탁을 사용할 때 신탁사가 아닌 제3자의 시스템사용료나 신탁보수를 하수급인에게 받을 경우 부당특약 설정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금융업계에서는 건설금융에 특화된 건설관련 공제조합들이 신탁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신탁수수료가 상당히 높아 일종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건설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설공제조합(원도급사),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와 전문건설공제조합(하도급사)이 조합원사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낮은 수수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신탁상품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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