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정지에 노출돼 하도급대금 보호 못하고 수수료도 전가
국토부 "공공현장 클린페이 도입 불가" 결론 도입 논의 중단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전문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자칫 수급인(원청)의 부실로 인해 하도급대금을 떼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신한은행·교보증권·페이컴스가 무늬만 신탁제도인 금융상품을 선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5면

지난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교보증권·페이컴스가 선보인 ‘하도급대금 채권신탁제도(클린페이)가 지급정지에 노출돼 하도급대금을 보호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신탁수수료를 하수급인(하도급사)에게 전가하는 불공정 하도급행위에 해당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신탁제도는 위탁자(신탁 설정자)의 특정재산을 수탁자(신탁 인수자)에게 이전 등을 함으로써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수급인의 지급정지나 파산 등의 사유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하수급인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탁법상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 담보권 시행을 위한 경매나 보전처분 등을 할 수 없도록 보호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일부 현장의 경우 이미 ‘신탁제도’를 활용한 대금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업계는 신한은행·교보증권·페이컴스가 신탁제도처럼 보이는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이는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클린페이는 발주자, 수급인, 신탁사 순으로 자금이 흘러가기 때문에 발주자가 수급인에게만 대금을 입금할 수 있는 공공현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페이가 사용하는 e-계좌(가상계좌)도 자금압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하수급인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 또한 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최근 신탁방식 도입을 검토했던 국토교통부도 관련 논의를 모두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고금관리법, 국가계약법 등을 위반하게 되는 만큼 공공현장의 경우 클린페이 도입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탁방식에 대해 금융사로부터 의견을 듣고 검토했지만, 공공현장의 경우 신탁계좌로 대금을 직접 보내면 실정법을 위반한 불법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며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공공현장에 도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하수급인에게 ‘신탁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 자체가 불공정 하도급행위라고 꼬집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하도급으로 묶인 수직적 거래관계에서 하도급사가 소액의 신탁수수료를 부담하고 원도급사는 아무런 비용 부담이 없으니 도입 결정만 하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셈”이라며 “해당업체와의 하도급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불공정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원도급사가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탁수수료는 꼭 하수급인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발주자나 수급인이 부담해도 되는 만큼 불공정행위로 볼 수 없다”며 “국고법 위반 지적의 경우, 신한은행과 교보증권 측 모두 법률자문을 받았다. 국고법의 문구보다 법 제정 취지에 비춰볼 때 적정상대에게 자금이 잘 전달됐는지를 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소송 발생 시 은행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상생결제도 클린페이와 유사한 구조”라고 해명했다. 

한편 클린페이측은 내달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건설회관에서 종합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클린페이(하도급대금 채권신탁제도)’ 홍보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