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교수<br>(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br>
김민수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1971년, 통기타와 청바지로 낭만을 꿈꾸던 시절로 기억되는 이 시기에 서울 종로구 관훈동 동흥빌딩에서는 대한민국의 기계설비 산업의 미래를 도모하고 학술발전과 기술개발을 선도하고자 대한설비공학회가 창설됐고, 올해 기념비적인 5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강산이 변해도 5번은 변할 수 있는 세월 속에서 대한설비공학회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사단법인 공기조화냉동공학회로 출발하면서 22인의 초기회원으로 시작된 학회는 2000년 대한설비공학회로 이름을 바꾸었고 기계설비 분야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면서 냉동, 공기조화, 위생, 자동제어, 저온설비, 에너지, 플랜트 분야를 취급하게 됐다.

현재는 9000여명의 회원과 230여곳의 기업 및 단체회원으로 구성된 큰 규모의 학회가 되었으니 강산이 변한 것은 맞는 것 같다. 

그 동안 학회가 사회에 기여한 것은 무엇일까? 기계설비 분야의 고급인력양성에 힘쓰고 우수한 인력을 배출한 것이 으뜸이며, 이것이 오늘의 기계설비산업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기반을 마련하기 된 원동력이라 보인다. 

사회적으로는 미세먼지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건물환경을 조성하는 등 많은 기여가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미래를 대비하고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산불은 역설적으로 획일화된 생태계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순기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변화에 맞게 기계설비산업 역시 새롭게 변화할 가능성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예전과 달리 우리가 주거하는 건물에서 실로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축적되고 있다.

미래의 주요 자원으로 데이터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우리도 이러한 데이터의 가치와 유용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정보는 스마트 그리드와 최적화된 건물 공조 운영, 에너지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로에너지 빌딩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하며, 향후 플러스에너지 빌딩의 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미세먼지와 코로나19가 같이 다가오는 상황에서의 환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창문을 열 수도 없고, 외부공기를 그대로 실내로 보낼 수도 없다. 건물 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술의 개발 및 제품의 생산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수가 되고 있다. 어려운 때마다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사실이다. 

작년부터 시행된 기계설비법은 기계설비산업에 대한 인식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기계설비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지관리 하는 것은 건물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목받은 건물 내 최적공기질의 유지는 기계설비법의 시행과 더불어 탄력을 받을 것이며, 기계설비산업이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추후 기계설비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역시 제시해줄 수 있다. 데이터 처리와 관리 자동화를 위한 에너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기에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를 수반해야 하며 제로에너지 건물을 지향하고 있는 정책적 방향과 병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개발과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인재에 비해 기계설비관련 인재 양성에 소홀한 것을 보면 기계설비산업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기계설비산업 분야에도 접목되어 발전될 수 있다. 

냉장고를 갖추기 힘들었던 시절에서부터 에어컨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운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온 대한설비공학회는 급변하는 사회속에서도 기계설비산업이 단단히 뿌리를 내려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진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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