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업체들에게 올해 설은 여느해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오고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지난 연말부터 더욱 기승을 부려 공사 진행에 차질이 생길만큼 영향을 끼치는가 하면 그 어느해보다 매서운 혹한과 폭설이 현장을 얼어붙게 만들면서 설 명절에 필요한 대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대형건설사들이 하도급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고 금융지원까지 했다는 훈훈한 상생의 이야기가 들리는가 하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전주의 한 50대 가장이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려 분신을 시도했고, 결국 세상을 등졌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고인은 2019년부터 빌라공사에 참여했지만 건설사는 준공이후로도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며, 공사에 참여한 지역중소업체만 수십곳으로 체불규모가 32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전형적인 ‘하도급자 론(loan)’ 사례이다. 하도급자에게 줘야 할 공사대금을 주지 않고 원도급자 자금처럼 이용하는데 길게는 몇년간 사용해도 되고 이자와 원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수법을 잘 이용하면 더 큰 공동주택과 빌딩을 지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으니 원도급자에게는 최고의 론(loan)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업자와의 분쟁이 필수적임을 아는 원도급자는 이에 대비해 가능하면 서류를 남기지 않고 여러가지 구실로 추가공사를 시키면서 계약서에는 부당특약을 필수적으로 넣는다.

하도급자의 고발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게되면 최대한 시간을 끌고, 부당행위가 적발되도 정부공사를 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하도급자는 대금을 받으려 민사소송을 제기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공정위 조사와 소송으로 자금난에 시달린 나머지 부도라도 난다면 공사대금은 고스란히 원도급자 몫이 된다.

이같은 수법을 발판삼아 중견업체로 성장한 건설사가 하나 둘이 아니고 최근에는 자체 법무팀을 갖춘 원도급사들의 이같은 불공정행위가 더욱 기승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고의적, 상습적으로 대금을 체불해 하도급자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원도급업체에게는 엄정하고 단호한 처벌과 가혹할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부여만이 해결책이다.

관계당국은 조속한 제도개선과 엄격하고 신속한 법집행으로 올 가을 추석에는 대금을 받지 못해 눈물짓는 업체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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