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로 세상 연결 ‘파이브로’, 다양한 매력 속으로
“파이프를 안 써본 고객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고객은 없다”

인류의 문명 발달 과정에서 맨 처음 금속을 발견한 후 만들어진 것이 제기, 무기, 물을 수송하기 위한 관(파이프)이었다. 관(파이프)의 출현은 인간의 생활터전을 물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확장시켰고 도시 형성의 기초가 됐다. 최근 들어 관(파이프)은 액체, 기체 등을 수송하는 배관이 아닌 다양한 생활용품, 악세사리 소품으로 변신했다. 건물의 계단, 난간, 책꽂이, 탁자 등을 안전하게 받쳐주는 지지대 및 받침대로, 악세사리 시계나 스탠드 등 다양한 장식용 소품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관(파이프)의 이러한 변신은 나사식 가단 주철제 관이음쇠 전문업체인 (주)JH금속(대표 김병성)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8년 9월 국내에 처음 도입한 ‘파이브로’에 의해서다. 파이브로는 ‘파이프로 이루다’의 합성어다. JH금속은 지난해 파이브로의 상표권 등록을 완료하고 자사가 공급하는 모든 파이프 클램프의 명칭을 이 브랜드로 통합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김병성 대표를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났다.

파이브로(PIBRO)는 어떤 제품인가.

광주광역시 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한 JH금속 본사 전경.

파이브로(PIBRO)를 안 써본 고객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고객은 없다.

한 번 써본 고객이라면 파이브로의 다양한 매력에 푹 빠지기 때문이다. 파이브로의 특징은 네 가지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시공이 간편하다. 기존의 계단 난간 설치는 원형 또는 사각 파이프를 용접하는 방식의 구조물이다. 또한 건물의 분위기나 색상에 맞춰 파이프 도색 작업도 필요하다. 파이브로는 육각렌치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간편하게 조립, 설치할 수 있는 무용접 방식이다. 파이프 클램프로 연결만 해주면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숙련공도 쉽게 조립할 수 있다.

따라서 인건비 절감효과가 크다. 둘째, 안전하고 견고하다. 누구나 한 번쯤 계단을 오를 때 난간 이음새 부분이 불량하거나 파손으로 인해 손을 다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파이브로는 용접 작업 없이 간편한 조립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시공 중 또는 시공 후에도 안전하다. 최근 용접으로 인한 대형 화재로 인명피해가 크다. 파이브로를 이용하면 화재 위험이 없어 안전하다.

또한 포항 지진 발생 이후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방향으로 조립되는 파이프 클램프는 지진에 의한 흔들림에도 유연하게 대처해 내진 성능도 우수하다. 셋째, 환경친화적이다. 기존의 용접 방식은 해체를 하면 절단 및 폐기물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폐자재들은 재활용이 어렵다. 파이브로는 언제 어디서든 볼트만 풀면 해체작업이 완료된다. 또한 이동 설치 및 재활용이 가능해 사실상 반영구적인 제품이다.

넷째,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파이브로는 난간, 계단이 주요 사용처이나 산업용 선반, 작업대, 농막 등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또 다양한 에폭시 컬러로 출시되기 때문에 필요한 색상을 골라서 연출도 가능하다.

JH금속은 2019년 7월 KCC가 운영하는 인천 홈씨씨 매장에 파이브로 전시장을 오픈했다. 홈씨씨를 찾는 고객들은 파이브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바꾸면서 입소문을 타고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DIY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탁자, 수납장, 행거(옷걸이), 소품 가구 등 B2C 수요도 늘고 있다.

세계적인 주물 업체에서 생산한다던데.

파이브로로 만든 제품들(선반).

파이브로는 중국의 세계적인 주물업체인 진안 메이드 케스팅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들여온다.

진안 메이드 캐스팅은 40만평 규모의 세계 최대 주물제품 생산공장이다. 여기서 생산된 관이음쇠, 구루브 피팅류, 파이프 피팅류, 밸브류, 브라켓 등은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70여개국에 수출된다. 파이브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서울(시흥)과 부산물류센터를 비롯해 대구, 광주, 용인, 경산 등 전국 주요 거점에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홈씨씨 인천점에서도 직접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철물박사를 통해서도 파이브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JH금속은 파이브로를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정하고 시장 확대를 위해 기존의 광주 북구 첨단산업단지에 소재한 공장 인근에 2천평 부지의 사옥을 마련하고 지난해 4월 이전했다. 새로 확장한 본사 1층에는 대규모 쇼룸 및 홍보관을 운영하며 파이브로의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해 어떤 일이 있었나.

파이브로로 만든 제품들(시계 및 전구 등 장식품)

지난해 마음 고생이 정말 많았다. 나사식 관이음쇠는 국내에 소재를 만드는 주물업체가 없다. 주철제 제품은 환경오염 및 생산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한지 오래됐다. 나사식 관이음쇠 제조업체는 대부분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한 후 국내에서 나사산을 가공해 출하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KS 인증을 취득한다. KS를 획득한 제조사 제품의 몸통에는 ‘소재 중국, 가공 한국’으로 표기하며 국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국에서 나사산까지 가공해 완제품으로 들어오면 중국산이다.

JH금속은 원자재만 중국에서 수입하고 광주 공장에서 나사산을 깎은 후 유통시킨다. 중국에서 수출된 관이음쇠는 광양세관을 통해 들어온다. 그런데 지난해 8월 광양세관 담당자로부터 나사식 관이음쇠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광양세관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나사산을 깎은 관이음쇠가 들어온 것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가 중국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에서 소통의 오류로 잘못 들어온 것이었다. 곧바로 진안에 연락하고 반송시켰다. 진안에서도 업무처리 미스라며 미안해 했다.

이렇게 신속한 처리로 국내에는 단 한개도 유통되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광양세관과 평택세관에 불량 나사식 관이음쇠가 수입됐다고 보도했다. 그 이후 건설업체들로부터 납품 취소 통보를 받는 등 문의가 많았다. 나를 비롯해 담당자들이 뛰어다니며 해명을 해도 불명예를 벗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광양세관에서 검찰에 송치시켰기 때문에 약 3개월간 검찰 조사를 받았다. 나는 한 점 부끄럼이 없기에 성실히 조사에 임했고 반송신고필증 등 필요한 자료도 건넸다.

지난해 12월 9일 광주지방검찰청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검찰이 조사한 결과 관이음쇠는 대외무역법의 HS 코드에 원산지표기 품목이 아니고 이와 관련해 상급법원의 무혐의 판례도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한국에는 관이음쇠 주물산업이 없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다.

사실상 나사식 관이음쇠의 국산과 중국산 구분은 무의미하다. 한국시장에서 사용되는 제품 100%가 중국의 주물이고 나사산 가공도 중국의 세계적인 기업에서 가공하는 제품(JH금속의 중국산 제품)은 한국의 영세한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가공하는 제품(국내 가공업체)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불량율도 적다. 단지 경쟁사를 비방하고, 상황을 잘 모르는 일부 언론으로 인해 시장에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4차산업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국가 경쟁력을 감안해서라도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3~4개월간 매출이 감소했지만 평소 우리를 신뢰했던 업체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 구매를 해줬다.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고객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더 좋은 품질을 공급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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