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홍 대한기계건설협회 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계 대표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모여 절규에 가까운 호소문을 만방에 고했다.

이들의 호소는 다름이 아니라 ‘현재의 주변 환경을 감안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에게 가혹한 법이니 법 제정을 재고하고, 올해 말로 끝나는 50~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연장을 조속히 마무리해 달라’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 꼭 필요하고 절실한 내용이다.

이들의 호소에는 관련업계의 절박한 현실이 담겨있다.

먼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모두 사업주에게 돌려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등 삼중으로 가차없이 처벌하겠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건설업의 주변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기업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수 없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재해의 원인중 다수는 턱없이 낮은 공사비와 촉박한 공사기간에서 기인함에도 원인에 상관없이 결과만 가지고 사업주만 처벌한다면 중대재해는 줄지 않고 기업인들을 전과자로 전락케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처벌에 앞서 발주자는 적정한 공사비를 책정하고 시공자에게 이윤이 보장되도록 입·낙찰 등 발주제도를 손봐야 한다. 또 낙찰받은 금액중 안전관리비와 보험료 등을 포함한 하도급 공사대금을 해당 업체에게 제대로 전달해서 사용될 수 있게 확인하고 점검하는 제도도 확립해야 한다.

관련비용이 충분히 보장되고 전달됐음에도 낙찰자가 이익을 위해 관련 비용을 빼돌리거나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재해가 발생했다면 삼중처벌을 해도 가혹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52시간 근무제 역시 시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공사기간이 확보되도록 법제화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건설업은 기상에 영향을 받아 작업일수가 제한적이어서 월평균 17.5일에 불과해 작업이 가능한 날에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그런데 적정공사기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52시간제를 적용하면 대다수의 공사는 공기내 준공이 불가능하고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돌관작업이 불가피하다. 돌관작업은 추가비용이 요구되며,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공사의 품질 확보가 어렵다. 작업 효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듯 적정한 공사비를 보장받지 못하고 충분한 공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52시간제를 적용하고 중대재해 발생시 가차없이 처벌까지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과연 살아남을 건설중소기업이 몇이나 될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추구하는 고용회복과 경기회복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국회는 중소기업들이 위축되지 않게 중기의 요구에 귀를 귀울이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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