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범죄행위에도 업무상재해로 인정된 적 있어

조성관<br>카이드 대표노무사<br>
조성관
카이드 대표노무사

갑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사무실로 출근하다가 통상적인 출근 경로상에 위치한 교차로 앞 정지선에서 45초간 정차했다가 적색신호임에도 그대로 진입해 북쪽에서 남쪽으로 직진하던 중 신호에 따라 같은 교차로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운행하던 버스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배우자 을이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이와 같이 갑의 법 위반행위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의 주된 원인은 갑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제1호 신호위반에 따른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사고 원인이 갑의 전적 또는 주된 행위에 의해 발생한 재해로 관련 법령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비록 하급심 판결이지만 법원은 이 사안에 대해 비록 갑에게 과실이 일부 있었더라도 위 교통사고로 인한 재해가 오로지 또는 주로 갑의 범죄행위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업무상 재해여부는 원칙적으로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무과실 책임이 인정되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는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위 교차로의 경우 갑 차량 진행방향의 제1주신호등은 정지선 위에 설치돼 있어 정지선에 맞추어 정차한 갑의 시야에서는 제1주신호등을 볼 수 없고 교차로 건너 제2주신호등은 반대방향 차로 위에 설치돼 있어 운전자가 신호등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신호등의 존재를 인지하더라도 다른 진행방향의 신호등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위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돼 발생했다고 보았다.

이처럼 비록 갑에게 과실이 일부 있었더라도 위 교통사고로 인한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근로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예외적이고 특수한 상황 하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준 것이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