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수 감소로 저가경쟁 심화
가격후려치기·공기단축 요구 ‘갑질’
철저한 현장 관리감독 목소리 높아 

[기계설비신문 장정흡 기자] 그동안 다소 개선돼 가던 건설현장에서의 갑질 행태가 코로나19로 유발된 경기침체를 틈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기계설비건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건설업계의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경기침체를 구실로 한 새로운 유형의 갑질 행위에 하도급 업체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현장 자체 수가 줄어들다보니 저가 수주현상은 물론 가격 후려치기 현상들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한 기계설비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많이 개선돼왔던 불공정한 관행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장 물량이 줄어들면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며 “특히 민간공사의 경우에는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저가 수주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장 수가 줄어들다보니 기술, 관리인력 배치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경기도에 위치한 현장 한 곳에는 현장소장 2명을 배치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이 없다고 마냥 쉬게 할 수도 없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관계자는 “업체마다 수주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하도급 업체끼리도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며 “현금을 돌려막기 위해 낮은 가격으로 수주한 후 설계변경 때 금액을 조정하려고 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형건설사들의 갑질도 다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설공사를 진행한 업체가 본 공사까지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가설공사 이후 본 공사 진행 조건으로 공사비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계설비업체 관계자는 “본 공사 계약단계에서 가격을 낮춰주지 않으면 다른 업체와 계약하겠다고 하는데, 일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하도급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며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비 후려치기 행위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갑질 형태로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공사기간이 줄어들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하게 되는, 이른바 돌관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늘어난 비용에 대해 건설사가 보존해주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당장 먹고 살기 바쁜 중소 하도업체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돼왔던 정책과 제도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독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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