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철
로베이스 대표 변호사

전문건설업체 A는 종합건설업체 B와 공장신축공사 중 배관공사에 대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사건 하도급계약서는 잔금지급조건과 관련해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해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A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라 배관공사를 완료했고, 이후 B는 이에 대해 검수를 실시했으나 A가 설치한 배관이 견적서의 조건에 미달(경미한 오시공)한다고 해 검수 불합격 통지를 함과 동시에 A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한편 A의 잔금지급청구를 거절했습니다.

B의 A에 대한 잔금지급 거절은 적법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B는 A에 대해 잔금을 지급해야 하고, 견적조건에 미치지 못한 공사에 대해는 하자담보책임을 추궁해 처리해야 합니다.

도급인의 검수의 법적의미와 잔금지급청구권의 발생시기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도급계약의 당사자들이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해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보수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목적물 인도의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검사 합격’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이 아니라 보수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이다. 따라서 수급인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한 다음 검사에 합격한 때 또는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 보수지급청구권의 기한이 도래한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72486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A와 B 사이의 ‘검수 합격’은 잔금지급청구권의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이라고 보아야 하고, A의 잔금지급청구권은 B의 검수 합격 또는 확정적으로 검수 합격이 불가능하게 된 때(B의 해제통보시) 그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B는 A의 잔금지급을 거절할 수 없고, 다만 A가 견적조건에 부합하지 않게 시공한 부분에 대해 하자담보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단됩니다.

주의할 점은 위 대법원 판례의 사안은 공사의 주요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돼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으나, 경미한 오시공으로 견적조건에 미달한 사안으로 수급인이 한 공사의 완성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있기 때문에 수급인의 잔금지급 청구권이 인정된 것이고, 수급인과 도급인 사이의 ‘검사 합격’ 약정 자체가 무의미하다거나 무효라고 한 사안은 아니며, 따라서 수급인이 공사한 부분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면 도급인의 잔금 지급거절은 적법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수급인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춘 공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급인이 검수 합격 조건 미성취를 근거로 해 잔금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검수 합격의 법적성격에 대한 위 대법원 판례를 원용해 잔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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