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은 지난 9월 15일부터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생산한 메모리 등 반도체에 대해 자국 정부의 승인이 없으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 기술 없이 만들 수 있는 첨단 반도체는 없다. 화웨이는 2019년 한 해에 약 208억 달러의 반도체를 구매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큰 손이다.

2019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구매 톱5 업체는 애플(361억 달러), 삼성전자(334억 달러), 화웨이(208억 달러), 델(163억 달러), 레노버(161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는 글로벌 5G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이 2020년 1분기 기준 35.7%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2019년 기준 전 세계 17%를 차지하는 2위 기업이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화웨이 판매 비중을 보면, 2019년 기준 TSMC(자사 생산의 14.3%), 삼성전자(3.2%), SK하이닉스(2.5%), 마이크론(12.0%) 등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화웨이를 통해 약 10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비메모리 분야 핵심 제품인 이미지 센서의 중국 시장 확대에 힘써온 삼성전자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와의 거래가 막히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화웨이 대체할 고객사를 찾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키옥시아(전 도시바메모리)가 17년전 삼성전자에 빼앗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스마트폰 눈 역할의 이미지 센서, 반도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적층세라믹커패시티(MLCC)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각각 일본의 소니와 무라타제작소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 규제에 이어 반도체 설계회사의 M&A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업계에 지각변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엔비디아는 영국의 ARM을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 달러(약 47조 3500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이 뛰어난 ARM을 인수하게 됨에 따라 모바일 AP를 설계해온 삼성전자나 퀄컴 등과 새로운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이 자국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립하기로 발표했고 텍사스주 오스틴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도 설비 확대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도 반도체 자급을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사태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공장을 자국에 세워 일본 부품·장비업체의 유턴을 촉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전년 596억 달러 대비 약 6% 상승한 632억 달러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더 성장한 약 70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분야 투자 확대와 중국의 공격적 투자에 힘입어 웨이퍼 가공, 팹 설비, 마스크 및 레티클 장비 등을 포함하는 웨이퍼 팹 장비 분야는 2020년에는 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셈블리 및 패키징 장비 분야의 투자액은 올해 10% 상승한 32억 달러, 2021년에는 8% 성장한 3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스트 장비 투자액은 올해 13% 증가하여 57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며 성장의 모멘텀은 202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반도체 업체의 설비투자 계획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기회 요인 극대화 전략 수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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