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지열로 건물 데우고 식히고…에너지소비 ‘0’ 도전

제로에너지빌딩(ZEB).

최근 건축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하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제로에너지빌딩(ZEB)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제로에너지빌딩이란

제로에너지빌딩은 벽체나 창호 등에 건물 외피를 통해 외부로 손실되는 에너지양을 최소화하고 태양열·지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충당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건물을 말해요. 

이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패시브 하우스’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 하우스’가 합쳐져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패시브’는 건물의 단열과 창호 성능을 강화해 외부로 에너지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고요. ‘액티브’는 태양열을 비롯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와 고효율 설비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소모를 최소화하죠. 

건축물은 최소 30년 이상 유지되기 때문에 초기에 에너지 성능을 높여 놓으면 그 효과가 누적돼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인 만큼 미국, EU 등 선진국들도 제로에너지빌딩 달성 목표를 정하고 미래 건축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패시브 기술’은 외부 빈틈없이 감싸 낭비되는 에너지 줄여
‘액티브 기술’ 신재생에너지·고효율설비 활용 에너지 생산

◇ 효율은 비효율을 줄이는 것부터

패시브기술은 건물 외피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여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하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단열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기능으로 보면 쉬운데요. △자연환기 △고성능창문 △고기밀 △외단열 △외부차양 △자연채광 △옥상녹화 등의 기술이 있습니다.

패시브기술의 핵심은 건물 외피를 빈틈없이 감싸야 하는 단열입니다. 단열은 두꺼울수록 좋지만 일정 한계치를 넘으면 효율성이 급격하게 떨어져요. 따라서 무조건 단열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보다 혹한에도 적당한 기준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창호는 주택 시공 자재 가운데 고가지만 단열에는 취약해요. 그래서 일사 및 공기 차단 성능이 좋은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유리는 아르곤 가스를 채운 2중 또는 3중 유리나 적외선을 차단하고 열손실을 막는 로이 코팅 유리가 좋습니다. 또한 기계설비와 관련해 건축물의 형태·평면에 따라 열적 조닝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열적 성능이 있는 실끼리 모아서 공간배치를 하는 것이 열적 조닝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죠.

◇ 에너지 생산은 친환경적으로

액티브기술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충당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태양광·태양열 에너지 △지열원 에너지 △풍력 △연료전지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전력 생산에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태양광 발전입니다. 태양광 발전은 보통 건물 지붕이나 마당에 설치하지만, 최근 외벽 마감재 형태로 설치해 발전 면적을 넓히는 방법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냉·난방을 해결하는 방법은 태양열과 지열발전이 있어요. 

태양열은 태양의 열에너지로 집열판 내 물 온도를 올려 난방이나 온수를 사용하는 기술로 설치비용이 저렴하고 가장 오래된 재생에너지 기술입니다. 

지열발전은 지표면 아래 지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언제나 15°C 내외를 유지해 냉·난방으로 활용하기 좋지만 설치비용이 다소 비싸요.

기밀이 뛰어난 패시브하우스는 실·내외 공기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실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해 환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창문을 열어 환기하지 않고 실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하면서 에너지까지 절감하는 기술이 열 회수 환기장치에요. 열 회수 환기장치는 열 교환 소자를 통해 배기 또는 폐열을 회수하면서 에너지를 헤파필터로 미세먼지까지 차단해줍니다.

세계 산업규모 2024년 약 1560조원…선점해야할 ‘블루오션’

◇ 국내외 사례

2012년 준공된 미국 시애틀의 불릿센터는 ‘살아있는 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에너지효율을 보이는데요. 시애틀의 고층건물들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약 80%나 높다고 합니다.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은 1년 동안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고 지열, 열회수 환기장치를 통해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식입니다.

2018년 2월 문을 연 아산시 중앙도서관은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도서관’인데요. 이 건물은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제로에너지건물 공법을 활용해 에너지 자립률 27.77%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국내 친환경 건축 관련 분야의 모든 인증을 획득한 일명 ‘착한 건축물’인데요. 패시브 건축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녹색건축 일반등급 본인증을 모두 획득했습니다.

세종선관위는 공공기관 최초의 제로에너지 청사입니다. 이 청사는 4각 형태의 벌집 모양인 차양 일체형 구조로 설계돼 자연광은 받아들이고 열은 차단하는 구조인데요. 옥상의 태양광발전 시설과 지하의 지열발전을 이용해 냉·난방을 실시해요. 이 청사의 에너지 자립률은 52.8%로 대한민국 스마트 건축도시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세계 산업규모 2024년 1560조원

제로에너지빌딩의 보급은 새로운 건축시장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고효율 건축자재와 설비, 건축사·기술사 등 엔지니어링, 부동산개발업자 등의 협업이 필요해 산업 파급효과도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네비건트 리서치(2014년) 자료에 의하면 제로에너지빌딩 세계 산업시장 규모는 약 420조원으로, 2024년에는 약 156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의 경우 관련 산업기술시장이 약 8조600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2020년에는 약 20조원으로 발전할 전망입니다. 이렇듯 제로에너지빌딩 시장이 새롭게 떠오르는 블루오션이 되면서 꼭 선점해야 할 중요한 시장이 됐습니다.

◇ 국내 기술 수준 해외 대비 약 78% 수준

하지만 우리나라가 시장 선두국가에 비해 약 5년 정도 제로에너지빌딩 기술 격차를 보인다는 사실은 다소 아쉬운 점으로 꼽힙니다. 

‘국내 제로에너지빌딩 기술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로에너지 빌딩 기술 수준은 해외에 비해 약 78%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현재 단열 기준은 독일 패시브 기준의 75% 수준이고요. 아직 고성능 창호라든지 외부 단열재 등과 같은 핵심 자재는 외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 대비 비용이 높은 것도 극복해야 할 부분입니다. 실제 이지하우스의 경우도 일반 공공임대주택 건설비용보다 30%정도 더 비쌌습니다.

현재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는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2025년도에는 연면적 500제곱미터 이상 공공시설,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 민간건축물에 확대를 예정하고 있죠. 

이제 제로에너지빌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제로에너지빌딩 달성을 목표로 정하고 금융지원 및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는데요. 

일본에선 2020년까지 신축 주택 과반수를 제로에너지주택으로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가 하면, EU는 2021년부터 새로 짓는 건축물들이 모두 제로에너지화 될 수 있도록 의무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우리나라 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제로에너지빌딩이 빠르게 활성화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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