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환기’는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꿈으로 명시돼 있다. 평소 운전을 할 때 창문을 활짝 여는 나는 지겹도록 이어지는 장마에 환기를 할 수 없어 탁한 차 안 공기에 갑갑증을 견디기가 힘들다. 그때마다 환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곤 한다.

최근 종교시설, 커피전문점, 패션상가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들의 공통점은 환기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물론 마스크 착용 여부 등 감염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며, 환기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 해서 무조건 코로나19에 걸린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 환기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우리 일상 곳곳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그나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학교를 지을 때 중앙 공조 환기시스템이 없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감염을 막기 위해 24시간 가동을 시키고 환기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초·중·고등학교 실내공기질을 강화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환기설비 방안조차 실내 공기만 무한 순환시키는 공기청정기로 대체되고 있다.

신축 학교에는 환기설비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하지만, 이미 지어진지 오래된 학교들의 환기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학교 방역에 총력을 기울인다면서 ‘공기질’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일까?

취재를 하다 만난 취재원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측정기를 가지고 강의실로 들어가 수업을 했더니 10분 사이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한다. 수치를 보니 학생들이 졸도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는 환기설비에 대한 간과를 이 전에도 경험했다. 바로 메르스 사태다. 당시 평택성모병원은 환기설비는 사용하지 않고 천장에 설치된 환기 기능이 전혀 없는 시스템 에어컨만 가동해 질책을 받았다. 

모든 국민들이 코로나19 종식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종식이 언제가 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최선이 어렵다면 환기설비 도입이라는 차선으로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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