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참사를 부른다

“현장 문화 달라져야 공정거래 정착”

제도 악용 사례 있어…인식변화 없인 ‘역효과’

행위 입증 주체 ‘갑’이 하도록 제도 개선해야

① 프롤로그

② 어이없는 하도급대금

③ 다양한 형태의 부당특약

④ 유형도 다변화

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하도급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러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개별 건설현장의 변화가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하도급 분쟁을 대리해 온 황보윤 변호사는 개별 건설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법과 제도는 사실상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보 변호사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소장들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관례가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현장 상황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그 행위가 불공정하다고 하더라도 관례대로 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오히려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하도급 대금 직불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다.

그는 “현장에서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나 추가공사, 보완공사에 대한 구두 지시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직불제의 경우, 이에 대한 대금 지급은 발주처에서 직접 하게 되는데 발주처가 이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하면 서면이나 관련 녹취가 없을 경우 대금을 받을 길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사 본사에서 대금지급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현장의 구두 지시에 의해 공사를 수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작업 지시에 대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류를 근거로 대금을 지급하는 본사 입장에서는 구두 지시에 따른 공사분에 대한 증거가 없는 한 지급 근거가 없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 투입되는 하도급 업체들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서류 요구나 녹취 등을 통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 황보 변호사의 설명이다.

황보윤 변호사는 당국의 조사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도급 분쟁이 발생하면 현장을 점검하고, 분쟁 원인을 명확히 찾는 것이 중요한데 공정위나 공정거래조정원 모두 제출된 서류를 근거로 분쟁을 조정하려고 합니다. 서류 관리가 시스템화돼 있는 대형 건설사와 상대적으로 미비한 하도급 업체 상황을 감안할 때 이미 조사 자체가 불공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분쟁 조정신청이 들어오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서류 뿐만 아니라 현장 조사를 거쳐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질서가 확립되려면, 올바른 법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건설현장의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참 어려운 숙제이긴 하지만 ‘관례’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현장에서의 불공정행위가 불법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정하려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한 강제적 장치로서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법 개정을 통한 입증책임 주체 변경 등이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제조 분야에서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 개정을 통해 분쟁 발생 시 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발주처나 원청자에게 주고 있습니다. 건설분야에서도 분쟁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 입증책임을 발주처나 원청자에게 부여한다면 건설현장의 기존 불공정 관례는 많이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황보윤 변호사는 “오랫동안 관습으로 내려왔던 현장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이제는 상생만이 원청자도 하도급자도 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수용하는 등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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