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처음을 삼가야 한다(인기가불신어시재, 人其可不愼於始哉) - 홍길주(洪吉周), 수여난필(睡餘瀾筆)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처음 만나는 사람이 보이는 말이나 태도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처음에 사랑을 받으면 이후에 잘못된 일을 해도 사람들은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하고, 처음에 미움을 받으면 이후에 예쁜 짓을 해도 사람들은 미워하는 마음을 잘 바꾸지 않는다.

첫인상의 영향력이 크고, 이를 잘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내렸던 판단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처음 좋게 생각했던 사람이 좋은 행동을 하면 당연하고 좋지 않은 행동을 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너그럽게 평가한다. 하지만 처음 좋지 않게 생각했던 사람이 좋은 행동을 하면 숨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는 것이다.

이런 첫인상의 영향력을 잘 활용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아는 형님’이 있다. 형님학교에서는 매번 새로운 게스트가 전학생으로 나온다. 게스트와 진행자들이 모두 학교 동급생이므로 나이와 상관없이 반말을 사용한다. 게스트는 전학생이 되어 입학 신청서를 낸 후에 자신있는 종목으로 대결하고, 자신에 대해 문제를 낸다.

‘아는 형님’에서 전학생이 잘하는 종목으로 대결한다는 설정은 첫 만남에서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 때문에 일단 형성된 첫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인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작은 장점을 여러 개 제시하기보다 큰 장점 한 개를 강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대결은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놀이처럼 진행된다. 만약 무조건 이기려고 한다면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보통 어떤 사람이 비슷한 정도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장점보다 단점에 더 주목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얻을 이익보다 가해질 해로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놀이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공감력과 모든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스러움이 보장되어야 한다.

‘아는 형님’에서 동급생이어서 반말을 써도 된다는 규칙은 선후배라거나 나이 차이를 배려한 관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재미를 준다. 선배여서 눈치를 보거나 나이가 많아서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므로 가식없이 솔직하고 거침없이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 지루하면 지루하다고, 재미가 없으면 재미없다고 곧이곧대로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공감과 쾌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학창시절 학년이 올라가면서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과의 관계 맺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이는 사회생활에서도 지속되어서 일보다 사람관계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학교에서 지식과 더불어 사람들과 친해지기 같은 사회적 기술도 배워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는 형님’에서 게스트가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문제를 내면 사람들은 이를 열심히 맞히려고 한다. 놀면서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소통의 시작이다. 형님학교에서처럼 첫 만남에서 놀이하듯 상대의 장점을 찾고 상대의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처음 마음을 계속 유지한다면 사람들과 긍정적인 좋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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