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빼 올려 자라는 것을 돕는다
(발묘조장, 拔苗助長) -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중국 송나라에 어떤 농부가 자신이 심은 모가 다른 사람의 것보다 작아 보이자 손으로 모를 빼 올려주었는데, 이튿날 모들이 하얗게 말라 죽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욕심으로 성급하게 빨리 서두르면 도리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며 서둘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하게 됨을 경계한 이야기이다.

이 고사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긴다.’라는 뜻의 조장(助長)이란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직 세계 여러 나라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의 충격에 빠져있는데, 벌써 미래를 예측하는 의견들이 조장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성급하게 미래에 마음을 둔다.

진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현재를 통제할 수 있다.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다면 현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에 있고 현재의 결과일 뿐이니,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무엇을 할까? 대개 과거의 경험을 참고한다.

요즘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다시 찾아 읽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스트’는 폐쇄된 오랑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의사 리외, 신문기자 랑베르, 신부 파늘루, 작가지망생 그랑 등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 식량부족현상, 강제이별, 백신 개발을 위한 실험 등의 사건이 전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랑시 사람들은 언제라도 손을 얹을 수 있었던 친밀한 존재가 있다는 상상을 더 이상 못하게 되고, 순간만 남았다고 좌절한다.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현 상황과 비교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고립되다보면 무기력해지고 무감각해질 것이라고 이후의 변화를 미리 짐작하고 예측한다.

이미 무기력증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어서 예측이 들어맞는다고 놀라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현상이며 이를 지나치게 확신한다면 벗어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설문을 만들어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질문을 해서 문제의 우선순위를 확인하고 서열화하는 것이다.

현 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감각을 연장해 넓고 먼 곳까지 볼 수 있고, 의견을 모을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그렇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몇몇 전문가들의 직관에 의존하는 것보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페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처음에는 각각 원하는 바가 달랐지만 수개월동안 고통을 겪으면서 오랑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우선순위의 문제가 페스트임을 자각하게 된다.

오랑시민들은 의사에게만 떠 넘겼던 책임을 공유하고 페스트와 싸우는데 힘을 합친다. 페스트에 감염되었을까봐 불안해하고, 감염되거나 감염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혐오하고, 페스트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던 사람들은 차츰 불완전하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사회를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근본까지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한다. 성급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에 마음을 둔 사람들은 얻게 될 이익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어느 한편의 이익은 다른 편의 큰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미래는 현재까지의 총합이며 현재의 과정들로 만들어진다. 주변 사람과 미래에 둔 마음이 무엇인지 나누고 서로를 믿으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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