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도 침수·천정누수 막아 건축물 기능 유지

올 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영화 ‘기생충’에서 외신이 주목한 대목이 있다. 바로 반지하다. 급격한 도시화와 주거난을 경험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환기와 일조뿐 아니라 배수도 여의치 않은 생활공간이다. 실제로 화장실은 생활공간 내에서도 높은 곳에 위치했다. 반지하에 설치된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원활하게 배수하기 위한 나름의 배려다.

문제는 비가 많이 내리면 언제든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는 것. 영화 기생충에서도 폭우가 내리는 날 반지하가 침수돼 물을 퍼내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우수배수설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수배수설비.

이번 호에서 알아볼 우수배수설비는 건축물, 부지 등에서 내린 빗물을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설치된 기계·기구·배관과 그 밖에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를 말한다. 전통가옥을 떠올린다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빗물이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는 한옥의 처마, 혹은 빗물이 골을 따라 흐르는 기와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양식 건축물은 한옥과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공간 활용 등이 달라 빗물을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기계, 기구, 배관을 필요로 한다. 건물의 크기, 용도 등에 따라 모양은 다르지만 배수 계통도는 일맥상통하다.

◇ 우수배수설비
우수배수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반지하가 아니더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빗물로 인해 천정 누수 혹은 침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빗물을 신속하게 배출하는 것이 비가 오는 날이더라도 건축물과 부지 등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건물 옥상에 내린 우수는 기울기 등 나름의 설계 원칙에 따라 빗물 취입구(Roof Drain)로 모인다. 취입구는 쓰레기 등으로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종의 거름막을 설치하는 셈이다.

빗물 취입구에 모인 우수는 빗물만을 배출하는 수직 모양의 배관(우수 수직관)을 따라 지표 밑에 설치된 우수관 등으로 흘러가 방출된다.

우수 수직관은 흔히 아파트 발코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하나의 관으로 이어진 배관이 바로 그것이다.

우수 수직관, 공공 수계 오염 방지 차원 오수 유입돼선 안돼
건축물 내 점검·보수 용이성 확보 위해 파이프 샤프트에 설치

빗물만 통과해야 하는 배관인 만큼 이 곳에는 세탁기 등 생활오수를 배출해서는 안 된다. 오염되지 않은 빗물이 우수관로를 통해 하천 등 공공수계로 바로 배출돼 생활 식수인 상수원 오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수도법은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오수를 우수배수설비로 배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비 오는 날 주차장에서 세제 등을 사용해 세차를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 이유다.

우수 수직관에 오수를 배출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또한 가끔 저층세대에서 악취가 발생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냄새의 유입을 막기 위한 구조물 또는 기구 내에 물(봉수·封水)이 증발되거나 없는 경우이다. 이러한 악취 등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기능을 하는 기구를 가리켜 트랩(기구 트랩·Fixture Trap)이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생활에서 안 보이도록 매설하면 되겠지만, 아파트 발코니에 노출되는 이유는 뭘까.

점검과 보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인 셈이다. 따라서 우수 수직관은 건물 내에 설치할 때는 상하층을 통하게 뚫어 일종의 통로인 ‘파이프 샤프트(Pipe Shaft)’에 배관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수 수직관은 통기관 등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폭우가 쏟아질 때 통기관 내 공기 흐름이 방해를 받아 관 내부의 압력이 상승해 파손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 수직관을 통해 지표면 부근으로 내려온 빗물은 수평관을 통해 ‘옥외 우수관’ ‘옥외 배수관’ 등을 거쳐 배출된다.

빗물 취입구 통해 수직관·수평관·옥외배수관 순으로 배출
상수도 대용 또는 홍수 방지 목적 등 빗물저장탱크 용도 다양

◇ 지하에는 펌프 통해 배수
만약 공공 하수관보다 낮은 곳에 있는 건물의 빗물 배수는 집수정이나 집수조에 우선 배수해 자동펌프를 통해 배출한다. 또 지하수를 배출하는 것도 우수배수설비의 몫이다.

지하수를 배수할 때는 배수지나 집수정 등을 통해 처리한다. 다만 지하수가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역류방지밸브를 설치해야 안전한 생활이 가능해진다.

◇ 부지에서의 빗물 배수
빗물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내린다. 따라서 건물뿐 아니라 부지에도 우수배수설비가 필요하다. 특히 지대가 낮은 인근지역이나 도로 등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빗물을 배출할 필요도 있다.

부지에 내린 빗물 가운데 지표면으로 흡수되지 않은 우수는 ‘드라이 에어리어(Dry Area)’로 모인다. 생소한 용어인 드라이에어리어는 일종의 인공 도랑으로, 건축물 등의 주위를 파내려가서 한쪽에 옹벽을 설치한 시설을 말한다.

◇ 빗물저장탱크
이 곳에 모인 빗물 역시 취수구를 통해 빗물저장탱크로 흘러간다. 빗물저장탱크는 하수도, 하천보다 깊은 곳에 묻혀있다. 따라서 저장된 빗물을 배출하기 위한 우수용 배수펌프를 설치한다. 우수용 배수펌프로 배출되는 빗물은 배수관을 거쳐 하수도, 하천 등으로 배출된다.

빗물저장탱크도 우수배수설비에 포함된다. 일반적인 생활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이지만 역할은 다양하다. 빗물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 이외에 홍수 방지, 소화용수 저수 등이 그것이다.

평상시에는 빗물을 상수도 대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비상시에는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수방대책본부의 지시에 따라 빗물저수탱크를 비워야 한다.

빗물저장탱크의 주요 구조부에는 스크린, 침전탱크, 빗물저수탱크가 있다. 스크린은 낙엽, 종이, 비닐 등 잡물과 고형물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하는 장치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