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기(나를 속이지 않는다)란 세 글자는 내가 평생 힘쓴 바이다
(무자기삼자 시오평생소자면자, 毋自欺’ 三字 是吾平生 所自勉者) - 김장생(金長生) 사계유고(沙溪遺稿)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자신을 속인다는 것은 선을 행하고 악을 버려야 함을 알면서도 생각이 진실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은 착한 일을 하고 싶고 나쁜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양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이득을 취하려는 세상에서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양심을 저버릴 수밖에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하기 쉽다.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자신을 속이게 된다. 남을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기에 앞서 스스로가 정직한지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요즘 ‘정직한 후보’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4선에 도전하는 국회의원 주상숙이 주인공인데, 대외적으로 살가운 성격과 검소한 일상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실제로는 멀쩡하게 살아있는 할머니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잘못된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속인다. 

화가 난 할머니는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결과로 주상숙은 거짓말을 못하는 후보, 어쩔 수 없이 정직한 후보가 된다. 

국회의원 후보는 자신의 말을 믿도록 해서, 자신에게 투표를 하도록 유세를 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정직해야 하지만 강제로 거짓말을 못하게 된 주상숙의 정직은 웃음거리가 되고,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치인들은 거짓말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남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기 자신마저 속이려고 하는 걸까? 

보통 곤란한 상황을 간단하게 모면하고 싶을 때 거짓말을 한다. 국회의원 주상숙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부부사이가 좋은 것처럼 위장한다. 이렇듯 해명하기가 귀찮고, 쉽게 해결하려 할 때 거짓말을 한다. 

국회의원 후보 주상숙은 진실만을 말하게 되면서, 진실을 인정하게 되면 맞닥뜨리게 될 불안을 두려워하는 자기기만의 모습과 직면하게 된다. 이후 주상숙은 스스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극복해야 할 자신의 약점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생각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면서 점차 겸손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균형을 이루게 된다. 또 정직은 강력한 무기가 되어서 위선적인 주변사람들을 떨게 한다.

주상숙의 정직함은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나 유권자들을 대할 때 아부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고 동등한 태도로 신념에 반하지 않는 대처와 방식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정직한 사람은 삶을 더 풍요롭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친구, 가족 구성원, 직장 동료가 될 수 있다. 만약 주상숙처럼 항상 정직성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은 사회의 선물이어서 이들에게 배울 수 있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꼭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후보자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고, 한편으로는 상대에게 손해를 입지 않으려고 자신을 포장하기도 하고 상대를 속이고 중요한 정보를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자꾸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고 감추다보면 자신의 본모습을 들킬까봐 불안이 커지고, 이득을 빼앗길까봐 불신이 싹트는 문제를 끌어안게 된다. 오히려 꾸미고 감출수록 독이 되는 법이다. 

정말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면 남에게나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억지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기보다, 그 사람의 노력을 알아주고 따뜻한 격려를 보내면 족하다. 설령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과 똑같은 취미를 갖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다.

자신의 또 다른 장점을 찾고 설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진솔한 면이 상대에게도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