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맞추고 소통…주민 생활 속 ‘욕구’ 파악을
통일, 남과 북 공생 지름길…물량 안겨다줄 신시장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오랫동안 건설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나 다룰 수 있는 일로 인식해 왔다.

그 이유는 급속도의 경제발전을 이루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한반도에 대해 생각할 만한 겨를도 없었을 뿐더러 6.25전쟁의 아픔과 상처가 이념적 증오로 남은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분이 한반도 현실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건설인에게는 한반도 통일이 절박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의 건설물량이 현저하게 줄고 있고, 이제는 양보다는 질을 우선 따지는 시대로 접어들다 보니 우리 모두를 치열한 경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통일에 대한 환상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통일은 현실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셈법에 밝은 요즈음 젊은이처럼 통일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통일은 결과 보다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 결론적으로 남과 북의 모든 국민이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길이다. 비록 북한의 통일방안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정학적 특성을 살펴본다면 북한 역시 평화적 통일의 필요성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건설인들 가운데 특히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식주는 인류 생활에 필요한 기본 3요소로서 오랫동안 유지됐으며,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있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우리가 상대할 대상이 북한당국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 주민이며, 이들과의 소통을 통한 접근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북한의 건설수요에 대해 단순히 건설적인 마인드나 기술적인 접근을 하기에 앞서 북한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접근하여 눈높이를 맞춰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중 엔지니어링 분야 역시 대북 접근방식은 다르지 않다. 북한의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건축물의 속성과 건축행위의 근본이 우리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건축은 단순 물리적인 또는 자연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역사·이념적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북한 건축물의 수준과 성능에 대한 기준을 경제적 또는 자본주의적 사고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비록 북한의 낙후된 건설시장이 경제적 수준 차이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분명히 짚을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 가령 북한주민들에게 혹독한 겨울추위를 이기기 위해 성능 좋은 난방기보다는 두툼한 단열재가 들어간 외벽의 구성이 더 시급할 수도 있고, 불안정한 전력공급보다는 소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스템이 보다 소중할 수도 있다.

건축의 본질이 인간중심의 사고와 행동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남과 북의 공통된 욕구이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류협력은 무엇보다 쉬워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할 수 있다면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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