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도는 부부로부터 시작되며 극진함에 이르러선 천지에 밝게 드러난다.
(군자지도 조단호부부 급기지야 찰호천지, 君子之道 造端乎夫婦 及基至也 察乎天地) - 중용 12장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부부는 남편(夫)과 아내(婦)의 결합이다. 

서로 남남이었던 두 사람은 결혼 제도를 통해 부부가 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 따라서 군자의 도가 부부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결혼의 가장 큰 이점은 배우자와의 정신적 의지이고, 단점은 개인적 삶의 축소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포기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최근 높은 시청률로 마감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세계는 집단적 범위를 지닌 특정 사회나 영역이며, 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를 뜻한다. 부모나 자녀를 포함하지 않은 부부만을 중점으로 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부모나 자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녀는 사라지는 관계가 아니지만 부부는 다르다. 이혼으로 부부의 관계는 사라진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는 부부만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고, 이 세계는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무너져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내(婦) 지선우는 일찍 부모를 잃고 악착같이 공부해 의사가 된다. 임신 후, 결혼하고 명성 있는 의사로 살아간다.

남편(夫) 이태오는 바람둥이 아버지가 가출한 후 엄마와 단둘이 산다. 조감독일을 하다 직접 연출한 영화는 실패하고, 부인의 원조로 엔터테인먼트사를 차려 운영하는데, 실적은 없고 능력에 비해 야망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과 가정에서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아내(婦) 지선우는 자신이 만든 세계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을 투명하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다. 

건강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의 기능과 작용을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부관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을 때이다.

남편(夫) 이태오가 바람을 피우고, 주변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지만 아내(婦) 지선우만 모른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아내(婦) 지선우는 분노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어 완벽하다고 생각한 부부의 세계는 무너져 내린다. 그렇지만 부부의 세계는 금세 사라지지 않고 만들어지는데 걸린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요구한다.

부부에게 그들의 세계가 파괴되는 아픔은 통제하기 어렵고, 분노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으면 극단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원인을 남편(夫) 이태오가 아버지를 닮아 바람을 피우는 성향 때문이라거나, 완벽주의로 숨통을 막는 아내(婦) 지선우가 열등감을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면 학습된 패턴을 조율하고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부부의 세계는 서로 가지고 있는 고정된 패턴을 풀어주며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편(夫) 이태오처럼 아내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또 다시 바람을 피게 될 것이다.

초혼보다 재혼의 이혼율이 높은 것도 미처 고정된 패턴을 인식하지 못하고 고착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다른 남편(夫)과 아내(婦)가 만드는 부부의 세계에는 늘 문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의 원인을 단순화해서 상대의 결점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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