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시공에서 탈현장 시공 중심으로 바꿔야
4차산업 관문 열기위해선 ‘공업화 건축’ 필요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우리나라는 지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아주 위중한 시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치료 가능한 백신이 없는 상태라는 막막함이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말 1000만 인구의 우한은 통째로 폐쇄되고, 시가지는 그야말로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이런 가운데 수많은 시민들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월초 중국정부는 병동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흘 만에 2층 규모의 대규모 임시병동을 지었다. 마치 미리 준비된 것 같은 이 퍼포먼스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도 매우 시급한 상황이지만 사정은 좀 다르다.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을 무렵, 병상이 부족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임시병동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보란 듯이 대규모 병동을 단기간에 건설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막강한 사회주의 정치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와 산업이 공업화 건축에 대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꾸준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건설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건설 시스템은 여전히 현장시공(On-site)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산업이 시대 변화에 따라 시스템도 동시에 바뀌는데, 건설 분야는 아직도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100년 전과 비교를 해봐도 변화가 매우 미미하다. 

농촌이 아무리 낙후됐다 해도 100년 전처럼 사람이 소 뒤를 따라다니며 쟁기질하거나 수십 명이 논이나 밭에 줄지어 농사짓는 대신 적은 인원과 농기계로 대신하고 있다. 또 불과 30년 전 투박하고 무거웠던 휴대전화도 스마트폰으로 변신해 생활은 물론 사회구조를 통째로 바꾸어 놓지 않았는가.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모든 국가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은 외국인 입국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던 외국인도 속속 떠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인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찾아 왔지만, 우리에게는 경제구조상 없어서는 안 될 산업 기반이다. 우리나라의 고임금과 고령화에 따라 외국인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건설현장도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운영이 안될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저렴하고 풍부한 외국인 인력을 이용해 건설원가를 맞추는 구조가 정착됐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환경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앞으로 한국 건설 환경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 운영이 가능토록 건설현장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즉, 지금과 같은 현장시공(On-site) 중심에서 탈현장(Off-site) 중심의 시공방식, 공업화 건축시스템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공업화 건축은 대부분의 주요 공정을 공장에서 제작·조립해 현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설치·완료하는 것을 말한다.

공업화 건축은 공장에서 기계나 숙련된 기능공이 일정한 품질기준에 따라 제작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품질과 원가 절감을 통해 경제성을 추구할 수 있는 공법이다. 현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설치함으로써 많은 건설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분진이나 소음과 같은 공해요인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탈현장 시공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발주제도와 같은 기본적인 정책을 대폭 손질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의 관문일 수 있는 공업화 건축을 통해 스마트 건설시장을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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