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수급인에게 있다.’ 표준계약서 안전관리 조항의 문장이다.

당연한 말이나 수급인의 입장에서 보면 무언가 서늘한 느낌이 든다. 모든 책임이 수급인에게만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도급계약의 구조가 수급인이 자신의 책임으로 일을 완성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니 계약원리상으로도 이론은 없다.

게다가 재해보상은 그에 더하여 ‘무과실책임주의’의 법리가 적용된다. 

근대 민법의 지도원리의 하나는 과실책임의 원칙이다. 이는 자기책임의 원칙이라고도 하는데 고의나 과실없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근대 민법은 모두 이 원칙을 취하고 있으며 우리 민법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본인의 과실여부와는 관계없이 재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무과실책임주의 이다.

다만, 설계상의 하자 또는 도급인의 요구에 의한 작업으로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도급인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무과실책임론은 공장이나 광산 같은데서 발생하는 재해대책으로 제기되었다.

경영주는 그 기업에 의하여 막대한 이익을 보면서도 자기 때문에 일어난 피해가 무과실이란 이유로 책임을 전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발전한 이론이다.

그렇다면 무과실책임론의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에 대하여 학설은 구구하다.

보상책임설에 의하면 ‘이익이 있는 곳에 손실도 있다’는 견해에서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려고 하며, 위험책임설에 의하면 위험을 수반하는 시설이나 경영자는 이에 의하여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어느 견해에 의하든지 과실책임의 완화와 무과실책임의 승인을 뜻하는 데서 일치하고 있다. 

한편 ‘구상권’은 타인을 위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출연한 자 또는 타인의 행위에 의하여 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된 자가 그 타인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반환청구권이다.

이는 건설계약에서 수급인의 무과실책임을 일부 완화하면서 일정한 요건에서 도급인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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