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적용되는 안전관련 규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온갖 규정으로 겹겹이 만들어 놓은 안전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진단이 잘못된 거 아니겠습니까. 건설사를 옥죄면 된다는 접근 방식으론 건설현장 산업재해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최근 취재현장에서 만난 종합건설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된 까닭에 건설현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왜 이렇게 까지?’ ‘이 방법이 최선인가?’라는 생각만 들뿐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근절 대책은 대체로 기업에 강력한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왔다. 근로자에 비해 기업이 강자라 인식하는 문화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 탓에 근로자는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문제를 등한시 여기는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도 1~2층 높이의 비계에서 안전고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를 보면, 건설업 재해자 수는 지난 2020년 2만6799명에서 2022년 3만1245명으로 증가했다.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의 경우 2022년 사망자는 2021년보다 5.7% 감소했지만,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3.2%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어딘가 빈 구멍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 처벌만능주의가 정답이 아니라는 의미다.

건설현장에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위주의 대책은 잘못됐다. 근로자가 먼저 자신의 안전을 챙길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관행은 안전모와 같은 장구는 근로자가 스스로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가 일괄 지급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에게 딱 맞는 안전장구를 준비하고 점검하는 것이 근로자 안전의식을 제고하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또 남이, 회사가 챙겨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오로지 근로자 본인이 스스로 먼저 챙겨야 할 사안이다. 회사가 할 일은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 영유아 다루듯 근로자에게 안전을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돼 올해 건설안전의 패러다임이 전환돼 건설현장에서의 중대재해나 산업재해가 사라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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