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입찰 결과 분석…낙찰률 10% 미만 수두룩
국토부, “기계설비법 개정 통해 지자체 관리감독 강화…추가 개선책 검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민간공동주택에 대한 기계설비성능점검 낙찰가가 단순 인건비에도 크게 못 미치는 낮은 금액에 형성되면서, 민간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기계설비성능점검 시장상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본지가 지난 20일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고 있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등록된 기계설비성능점검용역의 낙찰금액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낙찰금액이 100만원 미만(공동주택 500~1000세대)으로 떨어지더니 40만원~50만원대에 낙찰된 건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 19일 공고된 서울 지역의 A아파트(1300여 세대) 입찰에서는 48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본지가 해당 아파트가 입찰공고 시 제시한 내역서를 토대로 기계설비유지관리기준에서 정한 ‘성능점검 투입인력 산정기준’과 ‘조정계수(연면적, 세대수, 경과년수에 따른)’를 반영해 산정한 결과, 해당 입찰의 기초금액(엔지니어링 대가기준 준용)은 894만원이었다. 따라서 이 현장의 낙찰금액은 기초금액을 기준으로 5.4%의 낙찰률을 보인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세대수에 따른 조정계수를 하향 조정한, 지난해 11월 29일 기계설비유지관리기준 개정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계설비성능점검시장에서 기초금액 대비 수주가격이 너무 낮게 나타나자, 정부는 지난 11월 29일 기초금액 산정을 위한 기준이 높다고 판단하고, 시장에 상황에 맞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세대수에 따른 조정계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초금액 산정 시 반영되는 조정계수를 당초 1~1.4였던 것을 0.2~1로 크게 낮췄다. 

하지만 조정계수의 하향 조정에도 이미 형성된 시장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실제로 유지관리기준 개정 이후인 올해 2월 경기도 성남의 B아파트가 공고한 기초금액 525만원의 기계설비성능점검입찰에서도 낙찰금액은 45만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많은 기계설비성능점검용역입찰에서 100만원 미만의 낙찰금액을 나타냈으며, 다소 높더라도 100~150만원 사이의 낙찰금액을 보이고 있었다.

더구나 일부 입찰 건을 제외하고는 이 시스템에 등록된 대부분의 경우, 입찰가를 산정하기 위해 필요한 성능점검대상 내역서가 제공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현장설명회가 없는 입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입찰 자체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이처럼 낮은 낙찰가는 기계설비성능점검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기계설비성능업계에 따르면,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특급, 고급, 중급 등 최소 3인으로, 1인당 1일 평균 인건비는 15~20만원(하루 인건비 45~60만원)에 달한다. 규모가 작은 현장이라고 하더라도 최소 3~5일이 걸리는 성능점검시간을 고려할 때, 짧게 보더라도 점검기간 3일 기준으로 순수 인건비만 15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최소 인건비의 30~40%에 불과한 낙찰금액으로, 실제 성능점검업무가 진행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성능점검업체 관계자는 “일부 공동주택 관리주체와 성능점검업체가 쌍방 간 양해 하에 실제 점검없이 현장사진 촬영 등 형식적인 업무진행만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에만 이같은 금액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성능점검 후 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돼 있지도 않고, 제출된다하더라도 보고서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는 한,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는 공동주택 기계설비성능점검이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가동되고 있는 기계설비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활동을 통해 설비효율을 높임으로써 에너지소비의 절감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 성능점검의 목적”이라며 “이러한 취지가 현장에 녹여들지 못한다면 성능점검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성능점검업체 관계자는 “공동주택 기계설비성능점검이 요식행위화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기계설비성능점검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시장에서의 신뢰는 산업군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성능점검업체들도 자성해야 하며, 정부도 성능점검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성능점검보고서 제출 의무화, 보고서 타당성 확인 절차 강화 등 제도적 개선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성능점검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기계설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며 “개정법이 시행되면 이같은 저가수주 현상과 이에 따른 부실점검을 다소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시장상황을 점검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이를 발굴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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