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계약·근로계약 판단 따라 유·불리 달라질 수 있어

황보윤 법무법인 공정 대표변호사
황보윤 법무법인 공정 대표변호사

A는 아파트 신축공사 중 설비공사를 하도급받은 B사로부터 배관설비부분을 재하도급 받았다.

하지만 A는 설비면허를 갖고 있지 않아 개인사업자로서 공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데 개인과는 하도급계약을 하지 못한다는 B사 방침에 따라 A는 A자신은 물론 A의 인부들을 모두 B사의 직원으로 등록해 공사대금을 임금의 형태로 지급받기로 했다. 이처럼 실질은 하도급계약인데도 B사의 인부 형식으로 공사를 하다보니 계약서에도 퇴직금은 계약금액에 포함된 것으로, 산재 발생시에도 B사에 책임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막상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원부자재가 당초 견적서보다 3억원 가량 더 들어갔으나 계약금액이 있으므로 이 이상 청구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사가 마무리되고 적반하장격으로 B사는 배관이음새와 꺽쇠 등이 당초 수량보다 적게 투입된 것이 발견되는 등 실정산원칙에 따라 1억원을 반환하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먼저 A는 실정산원칙이 B사의 방침인지를 확인하는 공문을 보낼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계약서 내용대로 공사금액을 정산하는 것이지만 실정산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없는데도 공사 후 실정산 방침을 내세운다면 이러한 정산방식이 B사의 공사대금산정방식으로  당초 계약서와 달리 변경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정산하게 되면 A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이러한 공문을 보낼 필요없이 단지 계약서대로 하자고 하면 그만이다. B사가 과투입된 2억원에 대해 반환청구가 와도 응할 필요가 없고 소송을 제기한들 계약서대로 하는게 맞다고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A가 실제로 공사에 계약서 물량보다 실투입된 것이 많기 때문에 실정산을 하게 되면 B사가 요청하는 1억원을 반환하더라도 A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A는 B사의 소탐대실의 욕심 내지 갑질을 역으로 이용해 이러한 공문을 보내 B사의 확실한 의사를 타진해볼 필요가 있다.

B사가 A의 의중을 간파하고 답신공문을 보내지 않으면 사태는 사실상 이로써 종료되는 것이고 실정산원칙이 맞다는 답신공문을 보내오면 A는 이를 빌미로 자신이 과투입한 금액을 청구하면 된다. 한가지 확실히 해둘 것은, 이러한 대처방안은 A와 B사가 서로간에 자신들의 계약이 실질적으로 하도급계약임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만약 A가 달리 마음을 먹고 A와 자신의 인부는 모두 B사의 직원으로 등재돼 있고 임금을 받는 자들이므로 계약서대로 대금을 받고 퇴직금도 달라고 하면 B사는 꼼짝없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물론 계약서에 퇴직금은 계약금액에 포함하는 것으로 돼 있긴 하지만 A와 그 인부들은 법률상 모두 B사의 직원이고 직원에 대한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상 강행법규로 돼 있어 이를 지급거절할 경우 무효가 되므로 계약서 내용과 상관없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재비용 역시 계약금액에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산재처리 역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 역시 강행법규이므로 산재처리를 근로자 자신에게 맡기는 것은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모작계약의 경우 하도급받은 사업자의 선택에 따라 하도급거래로 또는 근로계약으로 얼마든지 변신 가능하므로 어느 것이 하도급 주는 업체에게 유리한지 잘 따져봐야 한다. 하도급업자가 관련 면허 없고 공사대금은 싸게 먹힐거라는 생각에 이러한 모작계약을 체결하다가는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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