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와 관련해 지난 1월 실시한 건설분야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긴급점검 결과가 나왔다.

혹시나 좋은 결과가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결론은 역시나로 귀결됐다. 주요 건설사 10곳 중 4곳이 유사시 보증기관에서 대신 공사 대금을 치르도록 한 지급보증 관련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하도급업계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공정위의 조사내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건설업계에 팽배한 불공정하도급의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공정위가 이번 조사의 대상으로 삼은 업체들은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0개 기업 중 77개사, 101∼200위 기업 중 10개사 등 총 87개사인데 이중에 40%를 넘는 38개사에서 지급보증 미가입, 변경 계약 후 지급보증 미갱신, 불완전한 직불 합의 등 551건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들 업체는 전체 1만9400여개 종합건설사중 상위 1%에 속한 업체들로 매출실적, 기술능력, 경영상태, 법률 조력 등 모든 면에서 타의 모범이 돼야 하는 업체들임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행위가 적발됐다는 점이다.

또한 하도급 관련사항 중 다른 내용은 차치하고 단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과 관련된 사항만 조사했음에도 551건에 달하는 위반 건수가 드러났는데, 이는 업계 전반에 얼마나 많은 불공정행위가 수면 아래에서 활개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도급대금 지급 보증과 관련해 하도급업체들이 가장 불안한 부분은 하도급대금이나 공사기간 연장 등 변경계약을 체결한 후 지급보증을 갱신하지 않고, 건설회사가 직접 실시하는 자체 발주 공사에서 대금 지급보증을 해 주지 않는 경우이다.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공사진행 등에 애로를 겪으면서 공사기간을 연장하며 버티고 있지만 이를 하도급대금 보증과 연계시켜 보증을 연장시켜 주는 곳은 드물다.

또한 직접 PF를 일으킨 시공사의 경우 직불 운운하며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를 발급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항의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건설하도급과 관련된 불공정행위는 하도급업체의 고발이 없이는 수면 위로 거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고 요즘같이 고금리와 자재가 인상, 경기 침체, 부동산 PF 부실 등 재무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하도급업체를 쥐어짜기 위한 온갖 불공정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하도급업체들의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번 긴급점검처럼 오로지 일이 벌어지기 전에 공정위가 나서 주는 것 뿐이다.

아니면 목숨이 넘어가기 직전 외치는 비명과 같은 고발이 전부이지만 이 마저도 서류 부실 등의 이유로 외면받기 일쑤고, 사후약방문이니 공정위의 긴급점검, 실태조사, 직권조사를 늘리는 방법이 최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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