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수행되려면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투입돼야 하며,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 에너지가 바로 비용이 될 것이다.

최근 경기도 소재의 한 기계설비성능업체를 방문했던 기자는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공동주택 성능점검용역 낙찰금액이 40만원 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민간시장에서의 가격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긴 했지만, 성능점검업무의 범위를 감안할 때 턱없이 떨어진 낙찰금액에 고개가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었다.

건축물의 규모와 성능점검 주체의 숙련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능점검 대상 건축물의 최소 단위인 500세대 공동주택을 기준으로도, 3인 1조 1개팀이 투입돼 최소 2~3일의 실제 점검시간과 2일 가량의 보고서 작성시간이 필요해 최소 5일 가량은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따라서 소문이 사실이라면, 최소 투입인력과 시간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낙찰금액으로 제대로 된 점검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국토부가 공동주택 기계설비성능점검 입찰사이트로 활용토록 한 사이트 중 하나인 ‘K-아파트(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사이트 입찰시스템에 접속해보았다. 여기에는 수많은 기계설비성능점검 입찰공고가 올라와 있었으며, 낙찰자와 낙찰금액 정보도 제공하고 있었다.

여기서 기자는 다시 한번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세대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낙찰금액은 최저 44만5000원부터 최고 490만원까지 형성돼 있었다. 특히 1월에는 100만원 미만의 낙찰금액을 기록한 입찰도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2월 이후부터는 100~120만원대에 낙찰금액이 형성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금액으로 성능점검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과 함께 ‘눈 가리고 아웅식’의 형식적 점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가격만이 성능점검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최소한의 비용도 감당되지 않는 금액으로 제대로 된 성능점검 품질이 도출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당연하다.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시장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부실점검 보고서’와 ‘형식적 점검’에 대한 실체와 원인을 추정할 수 있게 했다. 공공부문의 기계설비성능점검용역은 엔지니어링 대가기준을 토대로 예가를 편성해 88%의 최적낙찰하한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간부문의 성능점검용역은 최저가 입찰로 진행돼 낙찰금액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아무리 사적자치가 우선되는 민간계약이라 할 지라도, 기계설비법 제정 취지를 고려한다면 최소한의 권고가격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되는 대목이다.

기계설비성능점검은 단순히 기계설비업계의 먹거리가 아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담론을 실현하기 위한 기계설비분야의 대표적 수단이다. 따라서 성능점검 품질 확보를 위해 점검단가를 정상화할 수 있는 입찰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실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업체 간 제 살 깎아먹기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계설비성능점검업무에 대한 신뢰는 가격과 함께 무한 추락할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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