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풍에 자본금 없는 시행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일으킨 사업계획을 대충 훑어본 금융권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철저한 사업 검증 없이 연대보증이라는 간편한 방법으로 돈 벌려고 한 금융권도 작금의 사태를 책임져야 합니다.”

지난 연말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이후 대한민국 경제가 일순간에 얼어붙고, 이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에 빠진 건설업계 관계자의 분노다. 그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온전히 ‘독박’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에 대한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오늘의 건설업 위기는 코로나19 사태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갑작스런 감염병으로 각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에 돈을 풀면서 넘쳐난 유동성이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생계와 기업의 생존을 위해 쏟아낸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밀물처럼 밀려들어왔기 때문이다.

낮아진 금리로 부동산시장은 호황을 맞이했고, 덩달아 금융권은 더 많은 단기수익을 거두기 위해 부동산PF를 경쟁적으로 공급하면서 부동산 광풍에 부채질을 더했다.

문제는 철저한 사업성 검증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건설업도 개발에 더 큰 날개를 달고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때도 금융권은 돈을 잃긴 싫으니 건설사에게 연대보증이라는 족쇄를 달았다. 부동산에 치명적인 금리상승기가 이렇게 빨리 도래할 줄 몰랐던 건설업은 돈에 무지했고, 금융업은 철두철미했던 셈이다.

부동산PF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건설산업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떠올렸다. 당시 주택거래가 중단되면서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막대한 PF이자를 막지 못해 굴지의 건설명가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일부 업체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일부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이 자초한 사태라고 하소연 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경험하고 나서도 건설업은 변한 게 전혀 없습니다. 억울하지만 금융위기 때의 기억을 교훈으로 삼지 못한 어리숙함을 탓할 수밖에 없겠지요.”

지금의 부동산PF 위기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에 대한 금융권 업계의 관측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어떤 돌발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일어나게 된 원인과 배경을 철저히 분석해 부동산 개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사업 계획 수립과 단기 이익에 눈먼 PF대출을 막을 사업성 검증 체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태영건설로 촉발된 PF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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