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주액 89%가 계열사 물량 따른 '착시효과'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4년 연속 3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국내 업체의 현지 진출에 따른 수주물량을 제외하면 20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국내 자본에 의한 수주 '착시효과'로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커진 셈이다.

지난 28일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21개 건설사는 95개국에서 333억1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보다 7.5%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수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최대 수주 국가로 기록된 미국에서 수주한 공사금액의 88.5%인 91억2000만 달러가 현대차,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현지 생산설비 건설공사로 파악됐다.  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현지 공장 증설에 나선 영향으로 수주가 늘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 합작공장 L-JV 프로젝트(12억달러)와 S-JV프로젝트(17억5000만달러), 미국 현대차 공장 신축공사(6억7000만달러), 현대글로비스 공장 신축공사(1억7700만달러) 등이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수주한 국내 기업의 물량을 모두 합하면 100억달러를 넘어선다. 여기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베트남 삼성전기 'SEMV FCBGA' 증설공사(2억1300만달러), 삼성물산이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신축공사(2억800만달러), 삼성엔지니어링이 말레이시아의 삼성SDI 제2공장 증설공사(1억8300만달러) 등이 있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미국의 현지공사 실적으로 사용해 향후 현지 수주를 늘릴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업계는 순수 현지 실적이 아니기에 그만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넘었으나, 수주의 질이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수주능력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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