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건사 자금집행 시기 미루면서 유보금 확대…하도급업체 벙어리냉가슴
공정위, 상반기 중 표준하도급계약서내 명확한 유보금 규정 방안 마련

하도급업계가 쌓여가는 유보금으로 인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1년새 유보금이 급증하면서 자칫 회수가 불가능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5일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합건설사들이 자금 집행 시기를 미루는 방식으로  유보금을 늘리는 바람에 자금 확보를 위한 대출 확대 등 금융비용이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종합건설업체는 계약 이행 의무 또는 하자 보수를 담보한다는 명목으로 하도급대금의 일부를 관행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유보시켰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지급하지 않는 대금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A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호황일 당시에는 유보금을 크게 걸어두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유보금 비율이 20%중반대로 높아져 비용 부담이 상당해졌다”라며 “종합건설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일감을 받아와야 하는 입장이기에 당연히 받아야 할 돈임에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힘든 것이 하도급업체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B전문업체 관계자는 “유보금 관행으로 중소업체는 자재, 장비 대금을 제때 지급하려면 사채를 끌어다 써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까지도 연출된다”라며 “최근 전체 매출에서 유보금 비율이 30%까지 높아져 자칫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 경우 회사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업계는 법적으로는 유보금이 불공정거래 행위의 일종임에도 관습법처럼 건설현장에 뿌리내린 상황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보금과 관련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현장마다 고무줄 기준을 적용, 울며 떼쓰는 업체에게는 조금 더 주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C전문업체는 “종합업체는 유보금을 하자보수용이라고 주장하지만 하자보증으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함에도 하도급업체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종합업체가 부도나면 손실을 떠안게 되는 만큼 공정한 거래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정부도 유보금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경기 악화로 유보금 갈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상반기 중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유보금을 설정할 수 없는 부분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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