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다.

정부 여당의 ‘2년 유예’ 방침에도 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해 주지 않아서다. 법 확대 시행까지 이제 약 10여일이 남아 있다. 만약 법을 개정하려면 ‘원포인트 국회’를 개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83만 7000여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2년 유예’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개정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정부와 여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자체 안전진단과 컨설팅 강화, 안전보건 관리역량 확충 등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장 법 확대 적용대상이 되는 중소기업계도 ‘2년 유예’ 이후에는 더 이상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2년 유예’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내걸었던 협상 조건이 어느 정도 맞춰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시 내걸었던 협상 조건은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계획 △2년 유예 이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표명 등이었다.

이같은 조건에 정부는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대책’으로 답했으며, 중소기업계는 ‘추가 유예 요청없다’는 기자회견을 통해 응답했다.

야당 입장에서는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제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으면 오히려 ‘몽니’로 보일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총선 셈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민생 셈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면, 영세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안전 확보’는 당연하지만, 법이 요구하는 절차와 방법을 감당하기에는 영세기업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현실적으로 행정업무를 보는 직원 1~2명이 있는 회사에서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이행하는 지 점검할 수 있을까?

그동안 무엇을 했냐고 따질 때가 아니라,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영세기업은 정부와 전문기관의 지원없이는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당장 시행한다고 해도 법을 준수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간만 유예한다고 안되던 일이 갑자기 하루 아침에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틀이 아니라 내용 구성을 다시 살펴보고, 실현가능한 방안들을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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