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전 전문공종별 시공계획 수립 시 위험성 평가 포함해야
중대재해 저감위해 내재화·이행관리 통한 실효적 TBM 필요

2024년 1월 27일 지난 2년간 유예되었던 50인 미만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 50억 미만 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예정돼 있다. 시행에 임박한 현재까지도 적용과 추가 유예를 놓고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고, 시행 2년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국내 건설업 사고사망자 관점에서만 볼 때, 22년 402명, 23년 9월 말 기준 256명으로, 추세가 유지되었다면 23년은 340명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인 22~23년 평균으로 환산하면 370명 수준이다. 이는 법 시행 이전 2년간 평균 438명 (‘20~’21년) 또는 10년간 평균 464명 (‘12년~’21년)보다 눈에 띄게 감소한 수치이다.

물론 건설업의 사망사고 수준은 건설업 전체 기성액, 근로자수와 같은 모수와 연계한 분석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불과 5~7년 전까지 매년 500명 전후의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발생하던 것과 비교한다면 현재의 추세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2022년 기준으로 볼 때 50억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에서의 사고사망자의 비중은 예전과 유사하게 건설업 전체의 70% 수준이며, 이는 전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의 35%에 이른다.

간단히 말하면,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중대재해 감축이 우리나라 전체 산업안전에서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말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핵심적인 방향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안전보건경영체계를 크게 안전보건체제 (경영진의 의지, 조직, 예산 등)과 안전보건활동 (사업장에서의 안전보건관리), 안전보건성과 (체제와 활동에 대한 이행 및 개선)으로 나눈다면,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에서의 안전보건활동 중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성평가의 수준에 따라 현장별 안전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성평가 수준을 향상 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에서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배경에는 제조업 중심의 위험성평가 이론과 제도의 한계가 컸다고 본다.

고정된 생산설비에 대한 연간 단위 정기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감소대책을 수립, 적용 및 환류하는 제조업 위험성평가의 개념을 오랜시간 그대로 건설업에 적용하여왔다.

그러나 동일한 장소에서 공종, 설비, 근로자가 계속 변화하는 가설 기반의 건설업에서 최초, 정기, 수시평가의 위계를 적용하는데 혼선이 있었다.

또한 형식적인 위험성 결정, 그리고 감소대책 이행과 연결되지 않는 서류 작성만을 위한 사전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나마 2023년 5월 ‘사업장 위험성평가 지침’ 개정을 통해 건설업에 적용할 수 있게 착공 후 최초평가와 일상 안전활동에 대한 상시평가로 체계를 정의하고, 현장 특성에 맞는 다양한 위험성 결정 방식을 인정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소수의 인력이 모든 공종에 대한 관리감독을 병행하므로, 전담 안전관리자가 자체가 없거나, 안전조직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위험성평가를 실효성 있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현장 규모에 맞는 내재화와 이행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내재화는 위험성평가만을 위한 별도의 활동이나 문서가 아니라, 본연의 공사관리 과정에 담당자의 구분 없이 위험성평가를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착공 시 시공계획과 전문공종별 시공계획 수립 시 위험성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월간 또는 주간 공정회의 시 위험요인을 도출하고, 감소대책을 포함하는 활동을 일상화해야 한다.

이행관리는 시공계획과 공정회의시 도출된 위험요인과 감소대책을 근로자에게 전달하고 이행토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허가(Permit to Work)와 같은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작업 전 마지막 위험예지활동인 TBM(Tool Box Meet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안전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체크리스트 형태라도 근로자가 알아야 하는 위험요인과 대책에 대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위험성평가의 절차는 1단계 사전준비, 2단계 위험요인 파악, 3단계 위험성 결정, 4단계 감소대책 수립, 5단계 이행 및 개선의 5단계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중 가장 중요한 단계는 다양한 잠재적 위험요인 찾아내는 2단계이다. 그러나, 제한된 관리인력으로 운영되는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체계적인 위험성평가 이행과 위험요인 발굴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다수 건설현장을 관리하는 본사에 최소한의 안전전담자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수립한 시공계획 중 위험요인 검토 그리고 현장의 위험성평가 내재화와 이행관리 수준 점검을 본사에서 실시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와도 자연스럽게 연계될 것이다.

더불어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우선 본사 안전전담조직의 의무가 없는 99%의 중소규모 종합건설사의 안전보건경영체계 구축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일례로 싱가포르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bizSAFE라는 안전보건경영체계는 총 5단계로 구성되며, 대표와 관리감독자가 교육 수료 및 위험성평가 인정을 받으면 3단계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대규모 공공공사 참여를 위해서는 KOSHA-MS에 준하는 5단계 bizSAFE 인증을 요구하는 동시에, 중소규모 현장을 영위하는 기업의 수준도 고려한 단계별 체계를 갖추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가로, 제조업과 동일하게 건설현장에 근로자의 안전보건교육(신규, 특별, 정기교육)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안전관리자조차 없는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단기로 일하는 다양한 건설근로자를 제대로 교육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건설업 중대재해율이 크게 낮은 영국, 호주, 싱가포르의 경우, 건설근로자의 안전보건교육은 외부 전문기관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현장에는 이를 근로자 투입 전 확인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내재화와 이행관리를 통한 실효성 있는 위험성평가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중소규모 건설사에서는 중대재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영전략 차원에서 실천이 필요하며, 정부에서도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특성을 감안한 제도 개선을 통해 현장에서 위험성평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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