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외·혁신형 소형모듈 사업 진전 위해 매진해야

정동욱 교수(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정동욱 교수(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2024년은 갑진(甲辰)년, 청룡의 해이다. 갑(甲)은 십간의 으뜸이자 시작이다.

진(辰)은 십이지 중에 유일한 가상의 동물인 용이다. 용(龍)은 물에서 승천하는 영험한 동물로 용이 나타나면 상서로운 일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니 갑진년인 2024년은 새로운 일들이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해이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중요한 진전을 이루는 해로 기대된다.

원전 산업에도 2024년은 중요한 진전이 기대되는 한 해다.

그 첫째는 원전 수출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응찰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이 2024년 상반기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두코바니 원전은 1200MW 이하의 원전 1기를 발주하는 것이지만 성공하면 후속 수주의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APR1400을 1000MW로 출력 조정한 APR1000으로 응찰했다.

APR1000은 2023년 3월 유럽전력사업자인증(EUR)을 취득했다. EUR은 유럽에 건설하고자 하는 원전이 만족해야 하는 기술요건으로 EUR 인증 취득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전제 조건을 만족한 것이다.

경쟁자는 프랑스전력공사의 EPR1200과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다. EPR1200은 핀란드에 건설한 1600MW 원전인 EPR을 출력 조정한 것이다. AP1000은 중국에 4기, 미국에 2기 건설한 1000MW 원전이다.

우리의 강점은 경제성이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AP1000의 건설 단가는 20조원에 이르고 EPR도 16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APR1000이 기존의 APR1400 수준의 건설비가 든다 해도 압도적인 경제성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전 수출은 경제성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프랑스는 유럽은 자국의 앞마당으로 생각하고, 미국의 국제 영향력은 단연 최강이다. 사업자금 조달도 우리가 유리하지 않다.

하지만 UAE, 이집트, 루마니아 등을 뚫은 우리도 저력이 있다. 폴란드의 민간발전사인 제팍(Ze Pak)이 한수원과 같이 APR1400 두 기를 건설하는 사업도 기대해볼 만하다.

2023년 11월 폴란드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해 부지 선정, 투자 유치 등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는 원칙 승인(Decision-in-Principle)을 했다.

다만, 폴란드 정권의 교체와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등 불확실한 요소가 있기는 하나 사업 추진의 큰 관건은 건설을 위한 재원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산업이 주목해야 할 두 번째 이슈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 사업의 진전이다.

2024년도에는 900억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어 본격적인 설계개발이 진행될 예정이고 원자력안전위원회도 SMR 규제연구추진단을 설립하여 본격적인 사전인허가성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전의 사업화도 2030년대 조기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병행해서 사업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해외 SMR 사업과 협력체제를 구축한 다수의 민간 업체들이 해외 SMR의 국내 도입에 나설 수도 있다, 이미 발족한 민관 합동 SMR 얼라이언스를 활성화해서 해외 개발 SMR과의 국내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SMR의 국내 도입과 확산을 위해 5개 화력발전공기업의 SMR 얼라이언스에 참여는 중요하다.

석탄화력의 퇴출로 이들 발전공기업이 단기적으로는 가스발전을 택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화력발전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SMR이 적합하다.

세 번째 과제는 여전히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결이다. 그 실마리로서 특별법 제정이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거의 막바지까지 갔다. 2024년 4월 총선 전에 임시국회에서라도 타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남아있는 쟁점은 중간저장 시설의 운영 시기를 명시하는 것과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 시설의 규모 정도다. 사용후핵연료 문제해결을 위해 첫발을 내딛는 점에서 보면 타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차대한 것은 아니다.

이것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22대 국회의 초년도인 2024년에 미완의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2024년은 원전 산업계에 도약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경진년의 의미대로 그간의 숙원 사업들이 중요한 진전을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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