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 (甲辰年)의 해가 떠올랐다.

청룡은 중국 신화에서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봄을 상징하고 물을 다스려 모든 생명의 탄생을 관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룡이 그려진 유물과 유산들이 여럿 존재하며 정서상 길조를 상징하는 동물로 자리잡고 있는듯 하다.

이런 의미를 지닌 갑진년을 맞은 건설산업의 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아니 녹록이 아니라 위기 상황으로 받아 들여진다.

지금 건설업계는 물론 한국경제 전체가 PF라는 시한폭탄을 놓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지난 연말 취임한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도 취임 일성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등 주택시장 불안요인을 최소화하겠다는 내용이었을 정도이다.

위기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실제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은 계속 높아진다는 점이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2022년 말 130조3000억원, 올해 9월 말 134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여기에 연체율은 2020년 말 0.55%에서 2021년 0.37%로 낮아지다가 2022년 1.19%, 올해 6월 말2.17%, 9월 말 2.42%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PF 사업 추진이 불발되면 사업성을 담보로 하는 시행사의 PF에 대해서는 시공사인 건설사들이 연대 보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우발채무가 된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이미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공사물량이 줄어 업체들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작년 11월 지난해 건설수주를 역대 최저치인 190조1000억원으로 예측했고, 올해는 이보다 1.5% 감소한 187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연은 국내 건설경기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상황을 미리 알더라도 중소전문건설업체들이 대책을 세우기는 정말 막막하다. 원도급업체의 재무 상황이 나빠지면 공사비 감액에 대금 지급 지연과 유보금 확대 등으로 그 영향이 고스란히 하도급업체에게 밀려오고 화의라도 신청하게 되면 채무축소 요청에 동의해야 나중에 단돈 몇 푼이라도 건질수 있는 희망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도급업체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가 전부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건설업계는 장자의 대종사에 나오는 ‘상유이말(相濡以沫·샘이 마르자 물고기들이 침으로 서로를 적셔준다)’이란 말을 되새기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도 중소하도급업체들이 피눈물을 흘리기 전에 부동산 사업 전반의 건전성을 회복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부실 요인을 사전 차단하고 관리하는 데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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