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법 개정 추진”…민주당, “조건부 유예 논의 가능” 밝혀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도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와 여당은 ‘2년 유예’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가지 원칙 조건부’로 ‘2년 유예’에 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며 그동안 ‘불가’를 고수하던 태도를 바꿔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정부·여당 “2년 유예 개정안 처리” 합의
그동안 ‘2년 유예’ 카드를 만지작 거리던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지난 3일 고위협의회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범위가 확대되면 80만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적용대상이 되지만, 법 적용에 대비한 중소기업들의 준비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할 수 있도록 야당과의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를 요구하는 중소기업계의 입장에 “‘유예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2년 유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임의자 의원은 지난 9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시기를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 야당, 조건부 논의 가능성 언급
그동안 ‘유예 불가’의 태도를 고수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조건부이긴 하지만 ‘2년 유예’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하는 것은 법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중에 통과 여부가 달려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중요한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중소기업들이 요구하는 중소기업의 공동행위 보장에서 협상력 강화를 위한 중기협동조합법과 함께 통과시키자”고 제안하며 “2년 유예 논의 조건은 3가지 원칙”이라며 “2년간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은 정부의 공식사과, 향후 법 시행을 위해 최소한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계획과 관련 예산지원 방안, 2년 유예 이후에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건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지속되는 경기불황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경영계·노동계 입장차 극명
‘2년 유예’에 대한 정부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중소기업중앙회와 기계설비건설협회 등 4개 단체는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촉구’ 서명운동 결과를 국민의힘에 전달하며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유예기간 연장 촉구’ 서명운동에는 5만5925명의 중소기업인이 참여했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50인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준비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면, 소규모 사업장은 기업운영을 포기하거나 범범자가 양산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양대노총은 지난 5일 국회 본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3년이나 유예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연기하면, 그동안 준비했던 기업만 바보로 만드는 꼴”이라며 “법 제정으로 어렵게 확대되고 있던 안전투자와 인식전환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며 유예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이같은 양측의 극명한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당초 ‘2년 유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더불어민주당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중대재해처법법 적용범위 확대’는 2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정치권과 산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확대시기를 한없이 미룰 수만은 없는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경영계에서 ‘2년 유예 후 시행’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느냐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조건만으로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느냐는 숙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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