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만하더라도 소폭의 감소세를 보였던 중대재해가 8~9월 들어서면서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올해 중대재해가 작년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중대재해 안전강령을 지난 12일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만 살펴보더라도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6일 인천 부평구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외벽을 도장하던 중 로프가 풀리면서 20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날 화성시 봉담읍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신호수로 근로하던 근로자가 차량 바퀴 세척작업 중 후진하는 차량에 치이면서 사망했다.

지난 11일에는 경기 의왕시 안양천 상수도 공사현장에서 노후 상수도 교체작업을 하던 건설근로자 2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현장들은 모두 50억원 이상 건설공사현장이어서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건설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더구나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경우에는 50억원 이상 공사현장보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통계치다.

상황이 이러한 데 내년 1월 27일부터는 모든 건설현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된다.

비교적 안전관리 준비가 잘 돼 있다고 평가되는 중대형 건설사 마저 사망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관리능력이 다소 부족한 소규모 건설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중소 건설업체들은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이들의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 2년 가량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도 우리나라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다양한 법령이 마련돼 있었다. 그럼에도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안전수칙’마저 지키지 못하는 데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사업주나 현장관리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었을 지는 몰라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우선적으로 ‘안전수칙’을 준수하기 위한 충분한 비용과 시간이 주어졌는 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 사업자는 근로자의 안전보다 이윤 확대만을 더 고집하지 않았는 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기존 관행을 고수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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