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희 찬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교수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한국은 에너지 수급과 시스템으로 평가하면, 거의 섬과 같이 고립되어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임에도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7%에 달한다. 전력은 거의 대부분이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 원료도 대부분 수입이다.

에너지 수급에서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기에 한국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큰 손이지만 다변화의 대안이 없는 관계로 항상 불리한 가격협상력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방법을 택해 왔다. 전력 분야에서는 동북아슈퍼그리드망의 연결을, 가스 분야에서는 LNG를 파이프로 연결하는 동북아 PNG (Piped Natu ral Gas) 협력이라는 두 개의 대형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주변국 정상들과의 대화채널을 통해 전력과 가스분야에서 더 이상 고립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들 논의에서 항상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북한리스크이다. 이 두 개의 대형과제는 남북관계의 분위기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현재 동북아슈퍼그리드망 사업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 북한, 대한민국,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상황 속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답답한 상황이다. 전력 및 전력망의 소유권의 문제, 전력 소비량, 매출산정 및 배분방식 등 정치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절대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그리드 망을 연결하는 루트에서 북한을 포함시킬지 제외할지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동북아 PNG 연결 사업도 연결 파이프 루트에 북한을 포함시킬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루트든 간에 북한을 경유하는 루트는 북한리스크를 안고 갈수 밖에 없다.

한국이 북한리스크 때문에 대형 사업이 한발자국도 못나가고 있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이미 경제적 이득을 감안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들은 통 큰 타협을 통해 해쳐나가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동부와 서부의 두 방향으로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합의해 마무리 단계에 놓여 있고, 일본은 러시아와의 쿠릴 열도 분쟁을 잠시 내려놓고 러시아 사할린에서 원유와 가스 공급 계약을 따냈다.

한국은 그저 씁쓸한 입맛만 다실뿐 남북관계 개선만 바라고보고 있다. 중국의 성공비결은 러시아와 직접 파이프라인을 연결함으로써 다국가 포함으로 인한 불활실성을 제거했으며, 일본도 북쪽으로 바로 러시아와의 라인을 직접 연결했다는 점이다.

동북아슈퍼그리드와 동북아 PNG협력은 경유하거나 포함되는 국가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 개선만 바라보고 차이피일 에너지 공급 다변화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일단 가능한 루트와 라인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여러 나라를 경유하는 라인보다는 직접 연결을 우선적으로 확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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