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6번째 기초과학 연구시설 ···중심에 ‘기계설비’ 있다

국내 반도체, 바이오 등과 같은 주요 산업이 발전하게 만든 일등공신을 꼽으라고 하면 경북 포항에 국내 최초로 들어선 3, 4세대 중이온가속기를 꼽는다.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포항공대를 설립하면서 도입한 방사광가속기가 국내 기초과학과 첨단산업발전의 근간이 된 셈이다.

이에 정부도 기초과학의 고도화를 위해 단군이래 최대 과학사업으로 대전에 중이온가속기 연구인프라를 건설하고 장치가동전 시험운전을 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중이온가속기 시운전 현장을 찾아 기계설비의 역할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전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전경.

지난 10일 기자가 찾은 ‘대전 유성구 국제과학로1’.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운영을 앞두고 장치가동전 시험운전이 한창 진행 중인 ‘중이온가속기’가 있는 곳이다. 거대한 실험시설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정문에서부터 사라졌다. 주변에 거대한 건물의 흔적은 살펴볼 수 없었다. 단군 이래 최대 과학사업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느껴진 첫 인상이었다.

하지만 정문에서 기자를 태운 차량이 산기슭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 유틸리티동에 도착하자 이러한 생각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중이온가속기 연구소의 대지면적만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의 1/3에 해당하는 95만2066㎡에 달했다.

기자와 함께 동행한 포스코건설 중이온가속기사업단 관계자는 “축구장 면적으로 따지면 이 곳은 130개를 합쳐놓은 크기로 국내에 건설된 연구시설 중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이는 둘러봐야 할 공간이 많다는 의미였다

이날 가속기지원시설들을 중점적으로 둘러봤다. 이미 준공후 장치가동전 시험운전에 돌입한 만큼 각종 설비들이 가동되면서 이상 여부를 모니터링 중이었다.

가장 먼저 들어간 유틸리티동에서 최용태 포스코건설 중이온가속기프로젝트 극저온팀 리더는 “기초과학연구소와 중이온가속기 전체 연구시설에 필요한 가속기 및 관련 부대시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열원, 공조,급수 등 유틸리티를 공급하는 곳”이라며 “일반적인 기계실과 기능적인 면에서 차이는 없지만, 규모가 5673㎡에 달하는 점에서 엄청나게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극저온설비동 내부 모습.
극저온설비동 내부 모습.

이후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극저온설비동으로 이동하면서 최용태 리더는 우뚝 솟은 저장탱크를 가리키며 중이온가속기 실험실의 핵심인 헬륨가스를 저장하는 설비라고 설명했다. 극저온설비동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헬륨압축기가 가장 먼저 자리하고 있다.

그는 “국내 최대규모이긴 하지만 프랑스업체의 기술력을 빌려야 해 아쉬움도 있었지만, 국내 협력사인 비츠로테크가 밸브박스, 헬륨이송관 등 많은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해 아쉬움을 달랠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저온설비동에는 헬륨냉동기, 헬륨분배설비가 각각 자리했다. 이는 헬륨냉동기를 통해 상온의 헬륨을 -269℃의 극저온상태로 냉각해, 가속관 등에 초전도특성을 발현시켜 실험을 진행하는데 필요하다.

최 리더는 “2층에 저수조 탱크같은 백(Bag)이 있는데, 비상 시 헬륨을 방출해야 할 때 비싼 헬륨을 포집하기 위해 설치한 비상용시설”이라며 “Gas bag 내부 순도가 낮아진 헬륨도 재사용해 다시 99.99%의 고순도 헬륨으로 정화해 실험에 투입할 수 있는 시설까지도 갖췄다”고 말했다.

특이하게도 우주 발사대처럼 배관이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헬륨이송관이 눈에 들어왔다. 극저온의 헬륨을 외부에 노출시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그는 “지하로 매설하는 것보다 별도의 이송관을 만들어서 보내는 것이 매설작업 비용 및 유지보수측면에서 유리하다”며 “보온 유지를 위해 우주발사체에 사용되는 은박지 형태의 단열재가 3~5겹으로 감겨져 있다”고 말했다.

중이온가속기 현장에 적용된 기계공사는 △열원설비 △공기조화설비 △방사선 배기설비 △방사선 폐수설비 △내진·방음방진설비 등이다. 기계설비 관련 협력사로는 △삼화건업(건축설비)△세화이엔지(건축설비) △한은이엔씨(건축설비) △이에스(크린룸) △청라(극저온설비) △비츠로테크(헬륨분배설비) △LG전자(냉동기) △오텍캐리어(냉온수기) 등이 참여했다.

최용태 리더는 “이 현장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은 초저온 상태에서 진공 성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며 “단계별로 목표를 높여가는데 몇 달씩 애먹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최종 성능테스트에서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절로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이온가속기 현장의 배관은 그야말로 국내 최상의 품질임을 자부할 정도로 용접 포인트 하나 하나를 다 체크하면서 완성했다”며 “기계설비분야 모든 협력사들의 노고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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