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재를 다녀온 현장에서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모습이 보였다. 아니 현장이 떠나갈 정도로 큰 소리로 싸움이 벌어져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한 전문업체의 요구사항인즉슨 ‘밀린 대금을 달라’는 것이었다. 원청사를 믿고 들어왔는데, 제때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망하게 생겼다는 분노의 찬 목소리였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여전히 약자에게 너무나도 가혹하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하도급업체는 원도급사의 눈칫밥을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업체처럼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더라도 ‘협력관계’라는 포장에 얽매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쯤 되면 협력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협력이라는 단어는 힘을 합하여 서로 돕는다는 의미를 지녔다. 즉, 우호적인 공생 관계로 목표 달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건설현장 만큼은 협력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별도로 내려야 할 것만 같다. 기자는 건설산업에서의 협력을 ‘원청사를 위해 폐업까지 각오할 수 있는 관계’라고 재정의내리고 싶다. 자금난에 허덕여 돈을 달라고 말하는 것은 협력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건설업체에게 당하고 있는 셈이다.

삐뚤어진 협력관계가 지속되는 이유는 그동안 수직적 관계가 고착화된데 있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원청사가 한두번 불합리한 지시를 내려도 하도급사가 군소리 없이 따르다보니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 아닐까라고 짐작한다.

이제 분명 이런 관계는 바뀌어야 한다. 특히 관계를 개선하면서 권리를 빼앗긴다는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동안 ‘갑의 지위’를 앞세워 불합리하게 누려왔던 것들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러한 불합리한 요소를 발굴해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길 요구한다. 기득권 집단의 목소리에 휘둘려선 안될 것이다. 건설산업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객관적으로 바뀌어야 할 대목이 무엇인지를 직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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