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빈이형빈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이형빈 원장
(이형빈가정의학과의원)

날이 쌀쌀해진 11월.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제법 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코와 목이 불편해서 오는데, 진료실에 들어와 각자의 불편한 증상들을 한바탕 털어놓고 묻는 것이 있다.

“비염인가요? 감기인가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진찰을 하고 상담을 한다. 다양한 환자들과의 만남 이후 나는 비염인지 감기인지 질문하는 이들의 여러가지 걱정을 알 수 있었다. 제일 많이 접하는 마음은 ‘나 때문에 가족들이 혹은 직장 동료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금방 나을 수 있을까? 금방 나아야 하는데’, ‘항생제는 먹어야 하나?’하는 마음들이었다.

의학적으로 감기는 ‘Common cold’라고 하는데 코와 목, 기관지 등에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는 200여 가지가 넘는 바이러스들에 의한 감염성 질환이다. 때문에 내가 걸린 것이 감기라면 바이러스에 의한 병이기에 전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세균은 아니기에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손을 잘 씻고, 주위 사람들에게 침이 튀지 않도록 마스크를 끼고 증상을 조절하는 약만 먹으면 해결될 일이다.

그런데 환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감기’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환자들이 생각하는 ‘감기’가 내가 배운 의학적인 ‘감기’와는 다른 까닭이다. 심지어 의사가 된지 10년이 되어 가는 지금도 만나는 환자들마다 생각하는 감기는 제각각이다.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감기는 교과서에서 배운 ‘Common cold’가 아닌 ‘결막염’, ‘중이염’, ‘부비동염’, ‘편도염’, ‘인후염’, ‘후두염’, ‘임파선염’, ‘기관지염’, ‘폐렴’ 등 훨씬 다양한 질환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대부분 항생제를 사용해야 낫는 병이고, 전염성도 ‘Common cold’ 보다는 강력한 것들이다.

또한 비염과 감기는 가벼운 콧물, 잔기침 등의 증상으로 시작해서 세균감염이 동반되어 폐렴과 같은 질환으로도 바뀔 수 있기에 부비동염이나 편도염, 기관지염 등과 구분 짓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비염과 감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의사들마다 다양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비염은 찬 공기나 꽃가루, 먼지 등에 의한 자극으로 몸살기운 없이 간지러운 느낌과 함께 콧물이나 눈물, 코막힘, 재채기 같은 증상이 있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비염은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비염약만으로 조절이 잘 된다. 하지만 이 비염으로 인해 발생한 맑은 분비물들이 얼굴 안쪽에 있는 ‘부비동’이라는 공간에 고이게 되면 공기와 만나 맑은 분비물은 노랗게 변하고 끈적거려져 세균이 좋아하는 보금자리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때부터는 항생제를 써야만 하는 ‘감기’인 것이다. 세균이 자리를 잡게 되면 열이 오르고, 오한과 근육통 같은 몸살기운이 생긴다. 그리고 염증은 가까운 귀로 넘어가 중이염도 되고, 기관지로 넘어가 기관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항생제를 제때, 정확히 써주지 않는다면 농양이 형성되고 폐혈증까지도 발전할 수 있다.

쌀쌀해진 날씨, 갑자기 맑은 콧물이 흐르며 재채기와 잔기침이 생긴다면, 환절기 ‘비염’이니 가까운 약국이나 병원에서 항생제가 없는 약으로 증상을 조절해 보자.

나의 면역력을 시험하며 버티다 콧물이 노랗게 변하고 두통과 몸살기운이 발생하게 된다면 항생제를 써야하는 ‘감기’일 수 있으니 약국이 아닌 병원으로 가서 꼭 진찰을 받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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