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45개·성능인증 20여건…기술강자  원동력은  ‘섬김’의 리더십

시공만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끊임 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고객이 먼저 찾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기술 강자가 지닌 면모다.

친환경·에너지최적화·공기조화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서번산업엔지니어링(주)’를 찾아 그동안 걸어온 길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러시아 블라디미르 소재 오샹 하이퍼마켓에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 20대의 외기도입형 공조설비를 설치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소재 오샹 하이퍼마켓에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 20대의 외기도입형 공조설비를 설치했다.

‘천장형 공기조화기’·‘배기열 회수 열교환기’ 자체 개발 
미국 AHRI 엄격한 테스트 합격 진정한 기술독립 실현
기계설비 시공뿐 아니라 장비제조에도 각별한 관심

[기계설비신문 김주영 기자] “대표가 직원을 왕처럼 모시고, 기업은 고객을 왕처럼 섬기는 기업으로, 미래지향적인 기업 성장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불철주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섬김’은 서번산업엔지니어링(주)을 이끌고 있는 정용환 대표이사가 실천하고 있는 경영 방침 중 하나다. 

서번트(Servant, 섬김)라는 영어 단어에서 알파벳 ‘티(T)’를 뺀 서번(Servan)이라는 기업이미지(CI)명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기도 하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 오늘에 이르도록 만든 원동력이 바로 이 ‘섬김(Servant)’에 있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은 지난 1993년에 설립된 기계설비업체로,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에 자리잡았다. 첫 시작부터 걸어온 길이 남다르다. 기계설비 시공뿐 아니라 장비 제조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본사 옆에 제조라인을 갖춘 공장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처럼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은 보통의 기계설비업계 행보와는 달리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 정용환 대표이사가 "기술 개발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완성품을 접하게 되면 즐겁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 정용환 대표이사가 "기술 개발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완성품을 접하게 되면 즐겁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정용환 대표는 “머리 속에 있던 기술이 구현되는 것을 보면 정말 재미있다”며 “기계설비산업이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면 건설업계에서 저절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 장비 제조에 집중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하기 위함이다. 

독일의 경우 기계설비업체 가운데 한화로 10조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가 30곳이 넘는다.

글로벌 건설시장에서도 한국의 종합건설업이라 부르는 건설업체는 ‘토건’분야를 주로 영위한다. 즉, 기술력을 갖춘 나머지 전문업체들이 전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기계설비분야로 국한해 보면 장비회사가 설계뿐 아니라 제품 납품부터 여기에 연결되는 배관, 덕트 시공까지 도맡아 책임지는 형태다.

정용환 대표도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그는 “전세계적 흐름을 본 즉 기계설비산업이 희망이 있는 산업이라 판단해 1993년 창업을 결심했다”며 “앞으로 대한민국 건설시장도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창업 이후, 수입에 의존하던 ‘천장형 공기조화기’와 ‘배기열 회수 열교환기’를 자체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노력과 투자 끝에 기술독립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기술은 국내 인증에 머문 것이 아니라 미국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2014년부터 매년 미국 냉난방제조사협회(AHRI)의 엄격한 제품 테스트에 합격해 열교환기 전 모델이 ‘열 회수 환기 시스템(ERV)’ 부문에서 성능 인증을 획득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공기조화기와 공기순환기 모두 조달청 우수 제품으로 지정되는 등 남다른 기술력을 과시했다.

정 대표는 “AHRI 인증을 유지하는 비용도 상당하다”며 “국내 반도체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의 경우 해당 인증을 요구하고 있기에 2년에 1억원 상당의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편이 낫다”며 투자 의지를 밝혔다. 그 결과 현재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 보유한 특허 수만 45개에 달하고, 성능인증도 20여개를 확보했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의 제품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일찍이 해외로도 널리 퍼졌다. 2014년부터 미리내(MIRINAE, 은하수)라는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러시아, 중국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현재는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는 필터를 장착한 공기조화기’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환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시대가 도래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한국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시설에 음압병동을 확충하는 등 설비 보강을 실시했다. 이전까지 병원 내 음압시설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분야였다. 이후 설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설비 확충을 진행한 덕분에 해외와 다르게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일조했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 추진하는 신기술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대응함으로써 일상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란게 정 대표의 구상이다.

제연설비도 국민 안전과 밀접한 만큼 기술고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특허 6개를 확보했다. 이 중 4개는 시스템 특허로, 국내에서 인정받기 힘든 시스템 특허를 취득했다는 점에서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은 또 한번 입증됐다. 

정용환 대표는 “제연설비는 화재사고 시 질식사를 막을 생명수단”이라며 “과거 화재사고로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참사 역시 건축물 특성에 맞는 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제연, 공조설비가 갖춰졌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참사가 몇 차례 국내에서 발생한 것은 모두 기계설비의 중요성을 간과해 일어난 일들이었다. 

실제로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터널과 역사 송풍기를 사실상 독점납품했다. 정풍량으로 회전하던 송풍기가 비상상황 시 1분 내로 역풍량으로 빠르게 전환돼 내부 공기를 배출해야 한다고 판단한 정부가 관련 기술을 조사한 결과, 서번산업엔지니어링만이 유일하게 이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보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창립 첫해 매출은 1억 9000만원이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25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무부채(0원) 경영을 실현했다. 

정 대표는 “기업 성장의 밑거름은 직원들의 헌신에 있었다”며 “업계 최고수준의 대우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순이익의 일정부분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보상책도 15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 기대하는 미래는 기술 전문가가 대우 받는 시장이다. 또한 생활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고급 기술의 척도가 되는 ‘기계설비’가 시장을 주도하는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정용환 대표는 “해외는 기술자가 품위 있게 배관 등을 수리한 뒤에 깔끔한 양복으로 갈아입고 돌아간다”며 “선진 건설시장처럼 국내의 종합건설과 전문건설이 동등한 조건에서 협업해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청사만 바라보는 하도급 구조에서 벗어나 전기나 통신처럼 직접발주를 통해 개별 전문업체가 특화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기계설비건설업계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기술개발에 흥미를 느끼고,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업계의 권익이 신장될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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