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 지난 6일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1호기는 작년 3월 연료장전과 7월 최초임계 도달 이후 출력상승시험과 성능보증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번 1호기를 포함해 자체 개발한 수출형 원전인 APR1400 4기(5600㎿)를 건설하는 UAE 원전 사업을 수행 중이다. 한국전력기술이 설계를 맡았고, 두산중공업이 발전시설 제작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시공을,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전 및 운영지원을 맡는 등 사업 전반을 국내기업들이 주도해 완성했다.

이런 괄목할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전업계의 표정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그이유는 UAE가 통상 원전수주 국가에 단독으로 주던 원전 운영과 유지관리를 한국이 아닌 다른나라의 복수사업자와 지난 2019년 계약했기 때문이다.

UAE가 다른 나라와 복수계약을 맺은 이유도 나름 타당하다.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정부 출범후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면서 한국의 원전산업이 급격히 쇠퇴했고 원전 유지관리 필요한 부품 조달여건이 열악해지는 상황을 맞게 됨에 따라 위험관리 차원에서 복수계약을 추진했다는 논리이다. 실제 설계와 부품 등 한국 원전산업의 수출실적은 2018년 4394억원에서 2019년 240억으로 줄었다.

원전업계는 UAE와 원전 동반자 관계였던 한국의 기업들이 원전관리를 위한 하도급 용역업체로 격하됐다며 억울해 하지만 어디다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이처럼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형 원전의 대외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원전수출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체코 등의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변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맞았음에도 ‘2030년 원전기술 낭떠러지론’이 급부상하더니 최근에는 40년을 넘긴 노후 원전 3기의 재가동을 추진중이란 소식이다. 10년후면 그나마 남아 있는 원전 관련 숙련인력 대부분이 현장을 떠남에 따라 원전 건설은 물론 운영과 관련한 노하우가 전승되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원전산업과 관련된 전문인력이 대거 이웃 국가의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산업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전문 필수인력을 경쟁사에 뺏기는 상황에서 제2의 해외 원전 수주는 요원한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이 아니라 최소한 원전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체코 원전 수주가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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