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가 부정돼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있어

윤성철 변호사
윤성철 변호사

건설업체의 대표이사 A는 1년 전 자신이 아끼던 부장 B를 해고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빚을 지게 된 B를 위해 회사 자금으로 B에게 약 5000만원을 빌려주는 등 편의를 봐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B는 회사 자금 약 일억원을 횡령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입혔기 때문입니다. 

한편 A는 이미 B에게 차용해 준 회사 자금과 B가 횡령한 회사 자금이 약 1억5000만원이 넘기 때문에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해고 후 1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B가 나타나 A에게 ‘미지급한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고, 만약 A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근로기준법 제36조 및 제112조에 근거해 A를 형사고소해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과연 B의 주장대로 A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죄로 처벌받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에게는 퇴지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적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임금·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임금·퇴직금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경우뿐만 아니라 기타의 사정으로 사용자의 임금부지급에 고의가 없거나 비난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죄가 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

임금·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해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임금·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그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2007도97 판결 참조).

A는 자신의 회사가 B에 대해 대여금 채권 및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있어 별도로 지급할 퇴직금이 없다고 생각했고, B는 약 1년 동안 퇴지금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A가 B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위와 같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 항상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고, 고의가 부정돼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숙지해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로베이스 대표 변호사(010-3915-2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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