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계설비 맞춤형 BIM  라이브러리·툴 개발에 역점”

설비협회·연구원 발주, BIM 프로그램 연구용역 수행
3월 초 개발 완료, 18일 최종보고회…보급 촉진 기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이 시공용 샵드로잉을 위한 BIM 프로그램 개발 연구용역을 대한설비설계협회에 의뢰했다. 프로그램 개발의 실질 수행자로서 자세히 설명해 달라.

현재 기계설비 분야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BIM 저작 툴은 ‘Revit’ 제품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계설비 덕트, 배관 작업을 위한 기능이 있지만 실무에서 사용하다 보면 불편한 부분도 있고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따라서 기계설비협회의 이번 연구 용역은 ‘기계설비 BIM 수행에 있어 국내 현실에 맞는 라이브러리 및 툴’ 개발에 역점을 두었다. 

라이브러리는 BIM 설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히, BIM을 도입하는 회사는 라이브러리가 없으면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 그러나 라이브러리를 직접 만드는 일은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계설비 모델링에 사용되는 장비, 피팅류 및 부속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Plug-in 형태로, 기존의 BIM 저작 툴에 국내 설비환경에 맞는 기능을 개발했다. 예를 들면, 여러 번의 조작을 수행해야 하는 소방 배관의 조작을 단축시켜 배관의 신속한 모델링 기능, 또 설비와의 간섭이 발생하는 지점을 쉽게 피하는 기능, 벽체나 바닥에 슬리브 작성 기능 등 모델링 및 편집 시간을 단축시키고 효율적으로 산출물을 추출하는 기능이다.
 
개발된 프로그램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

먼저, 기술의 탄생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표현한 시각적인 자료로 가트너의 ‘하이프사이클’ 그래프가 있다. BIM의 국내 도입 과정을 보면 이 하이프사이클 그래프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2008~9년 무렵 청와대경호연수원, 전력거래소, 용인시민체육시설 등이 BIM으로 발주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BIM에 대한 이슈가 건설업계 전반을 흔들었다(부풀려진 기대의 정점). 기계설비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용을 투자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교육훈련에도 많이 투자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행해 보니 이상과 다른 결과를 얻으면서 실망과 함께 침체기로 접어들었다(환멸의 계곡). 사실 제대로 된 BIM을 수행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과를 바란 것이 원인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여력 있는 대형 건설사나 설계사무소를 중심으로 BIM의 필요성과 효과를 알고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계몽 단계). 2010년대 후반부터는 4차산업혁명 바람을 타고 BIM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도로공사, LH, SH 등 공공기관에서도 BIM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이프사이클로 보면 요즘 생산적 안정 단계로 진입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사실, 기계설비 분야의 BIM 본격 도입은 지금부터라 할 수 있다. 이번 연구용역은 기계설비 BIM의 발전에 초석을 놓은 것으로 생각한다. BIM 모델링을 위한 라이브러리 제공과 효율화를 위한 툴 개발은 BIM 저변 확대의 촉진제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문제는 BIM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 건설업계에서는 지금 BIM이 필수로 자리잡고 있지만 기계설비업계 정착은 아직 요원하다.

대부분 토목이나 건축, 그리고 다른 회사들이 추진하는 것을 봐가면서 하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BIM 설계는 발주처에서 하라고 해서 따르는 자세가 아니라 BIM의 본질을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도입해야 한다.

그러면 투자대비 효과가 분명 클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툴이라 하더라도 현장에서 도입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실무에서 사용하면서 문제점을 찾고 개선점을 찾아 피드백이 들어온다면 보다 발전된 시스템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BIM 설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도입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계설비업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디씨에스는 우선 기본 기능을 1차로 개발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또한 외국의 개발 사례나 흐름을 참고하고 국내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유용한 툴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실무진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동영상 콘텐츠도 제작하여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기계설비협회 회원사는 BIM의 적극적인 도입과 활용을 바란다.

기계설비산업 전망을 진단한다면. 

나는 소프트웨어(IT) 엔지니어로서 1993년 기계설비 분야에 뛰어들었다. 옆에서 기계설비산업의 한 분야를 돕는 자로서 기계설비산업의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기계설비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공인 IT와 관련해 볼 때 설비설계는 그동안 수작업→CAD→2D CAD→3D BIM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부하계산, 에너지 시뮬레이션, 현장 시공관리 및 각종 공무 등의 업무가 많이 전산화되었다.

한편으로는 기계설비법이 제정돼 기계설비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음압실이 이슈가 되고, 실내 환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일반인들이 설비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탈탄소 사회 구현에 대한 세계적 이슈는 건물 에너지 및 설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IoT(사물인터넷)을 통한 쾌적한 건물 관리도 이슈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슈의 중심에 기계설비가 있는 것만으로도 발전에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신축 건물보다는 기존 건물의 리뉴얼, 리모델링 및 유지관리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기계설비인들의 몫이라 생각된다. 건설업이 침체될지라도 건물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기계설비 분야는 발전할 것이다. 물론 기계설비인의 꾸준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계설비 분야의 직접적인 종사자는 아니지만 기계설비업체 및 기계설비인들과의 접촉이 빈번한 입장에서 기계설비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자부심이 크다. 마음 속으로는 언제나 기계설비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간 CAD 변천사를 말해달라.
기계설비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1990년대 초반, CAD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면 “내가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이 CAD로 그리는 직원보다 훨씬 빠르다”고 큰소리 치는 설계사무소 소장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CAD를 도입하지 않는 회사가 이상하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대이다. BIM 도입 역시 그때 상황과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 당시의 수작업이 지금의 2D CAD작업이 되었고, 이제는 3D BIM으로 옮겨가는 시점이다. 그 당시 망설였던 사람은 지금도 BIM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고 결과를 얻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디씨에스가 개발한 3rd 파티 프로그램인 기계설비설계용 ‘꼬메(CO-ME)’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효용성에 의구심을 갖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 번 사용해 보면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다시 찾는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사람들이 다시 찾는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BIM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설계 툴이지만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지금의 2D CAD에 비해 충분한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단순한 도면 설계에도 반드시 BIM 설계를 도입할 날이 빠르게 다가오길 바란다.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바쁜 중에도 책을 집필하는 이유는.

처음 책을 낸 계기는 소프트웨어 관련 일본 책을 번역하면서부터다. 비록 번역서였지만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을 처음 받아본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때부터 책 쓰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전공분야인 IT 분야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로 일본을 왕래하면서 느낀 점, 취미인 족구 등 틈나는 대로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40권 가까이 발간했다. 설비공학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설비저널’에 ‘IT 이야기’와 ‘일본 이야기’를 격월로 게재하고 있다.

IT 이야기를 모아 ‘스마트한 바보들’이란 책을 냈고, 일본 이야기를 모아 ‘누구나 다 아는 일본 이야기’로 출간했다.

나는 명함에 ‘작가’가 아닌 ‘저술가’로 표기한다. 창작이 아닌, 전문서나 팩트 중심의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작가’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특히 말주변이 부족해서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책만큼 좋은 매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책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인생의 목표로 50권을 쓸 계획이지만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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