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산업, 탄소중립 시대 부합하는 소임 다해야”

플랜트(Plant)란 발전소, 정유공장처럼 전력, 석유, 가스, 담수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짓는 산업을 말한다. 플랜트는 설계, 조달, 시공 등이 복합된 산업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에너지가 플랜트를 거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탈석탄 정책이 추진되면서 플랜트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위기가 닥쳤다. 이에 본지는 플랜트 역사의 산증인 중 한 명인 ‘신우엔지니어링’ 신종창 대표를 만나 플랜트 산업의 중요성과 향후 산업계가 걸어가야 할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원자력 발전소, 정유, 석유화학 등의 플랜트는 에너지를 생산해 내 그동안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요즘, 플랜트 산업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해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신우엔지니어링 신종창 대표는 50여 년간 한국 플랜트 산업과 함께하며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원로다. 
신 대표는 ‘신우엔지니어링’ 창립 전에 20여 년간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며 원자력, 석유화학 등 다양한 플랜트 현장 경험을 축적해 왔다. 특히 고리원전 건설사업, 서산 석유화학단지, 울산 온산공단 등 굵직한 국내 플랜트 현장 중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그가 현대건설에 다닐 때만 해도 우리나라 건설사업은 토목이 중심이었고, 플랜트란 말 자체가 생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 대표는 국내 건설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플랜트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당시 건설부, 동력부 등 정부 문지방이 닳도록 수없이 드나들며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플랜트’라는 용어와 그 중요성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신 대표는 “플랜트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시기가 있었다”며 “당시 국내 경제는 플랜트 산업이 지탱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플랜트 산업은 국내 시장은 물론 중동 건설 붐에 한 몫하며, 우리나라 경제가 가파른 도약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한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창업으로 이어진 ‘플랜트 열정’
신 대표의 플랜트에 대한 열정은 1993년 ‘신우엔지니어링’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대건설에 근무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인맥을 자산으로, 자신만의 사업을 개척해 나갔다. 주력사업 분야는 물론 플랜트다. 
사업 초창기 10년 동안은 낮은 마진율 등으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플랜트에 대한 그의 열정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신 대표는 “지금은 적정공사비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공공공사의 경우 어느 정도 이윤을 보전해주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만, 당시만 해도 손해 보는 공사가 많았다”며 “특히 하도급 공사는 마진율은 워낙 낮아서 지금도 하도급 공사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업 기술력을 믿으며 실력을 키워 온 결과, ‘한국동서발전 호남 화력발전소(여수) 1, 2호기 보일러 압력부 수명연장공사’와 같이 기술력이 없으면 참여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후 신우엔지니어링은 발전소는 물론 자원회수시설, 열공급배관 등 사업영역을 넓혀 나가며 전국 각지에서 기술력을 뽐내 왔다.
신 대표는 “현재 회사 매출의 80%가량이 플랜트 분야에서 나오고 있을 만큼, 29년 여동안 플랜트 한 우물만 파왔다”며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플랜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창 대표가 플랜트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플랜트 산업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플랜트 기술은 건설 기술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고급 기술”이라며 “플랜트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설계, 시공, 시운전까지 전 과정에서 발주처의 승인을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설치된 플랜트 설비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유지관리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원자력 플랜트 기술 활용해야
신종창 대표는 기계분야 중앙설계심사위원으로 10년 이상 활동하기도 한 업계 전문가다. 중앙설계심사위원은 공공공사의 프로젝트 수주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기술점수를 평가하는 사람으로, 관련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면 아무나 맡을 수 없는 자리다. 
기계설비인으로서 그는 최근 기계설비분야가 예전과 다른 위상으로 자리잡고 있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최근 들어 ICT가 접목되고, 미세먼지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실내공기질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기계설비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기계설비인들이 국민생활안전과 국가에너지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적극 실천한다면 기계설비산업의 위상이 더욱 공고히 다져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이후 추진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신 대표는 “플랜트 기술의 꽃이라 불리우는 원자력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위기에 처했다”며 “그동안 그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세계 5위권으로 기술력을 높여온 원자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 발전에도 큰 손실을 끼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취업난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원자력 기술 자체를 포기하기 보다는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웃국가인 중국은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지으며, 원자력 기술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 등지에서도 탈탄소 정책의 하나로 원자력을 다시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최근에 빌게이츠가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통해 말한 내용처럼 온실가스를 줄여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원자력 기술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종합-전문건설사 간 상호시장 진출 허용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신종창 대표는 “올 1월 상호시장 진출이 허용된 이후 올라오는 입찰공고를 보면, 종합건설사는 건축이나 토목 면허 한 가지만 있어도 되지만 전문건설은 8개 가량의 전문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전문건설업체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신 대표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업종 간 경계를 명확히 해 플랜트 기업이 전문성을 가지고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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