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건축사)

이종석<br>이가ACM건축사사무소<br>대표이사<br>
이종석
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1기 신도시는 현재 재건축을 해야 할지, 리모델링을 해야 할지의 기로에 서있다. 이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편승한 일방적인 공공택지개발 추진으로 더 큰 고통을 받았다.

집값을 지키기 위한 거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나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행위는 분명 문제다. 하지만 정부도 일방적인 개발정책 논리로 난개발을 강행하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 

우리는 필히 과거의 교훈을 통해 배워야 한다. 특히 자연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중심에는 1기 신도시 가운데 분당 일대의 난개발을 막아낸 맹꽁이의 존재에 주목하고 싶다.

맹꽁이는 현재 멸종위기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는 동물 중 하나다. 한반도 전역이 개발되는 분위기에 밀려나 이제는 경기도와 경상남도 일부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분위기의 대표주자격인 곳은 분당, 일산 등 1기신도시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주택난이 심해지자 200만호 건설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대부분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그렇다 보니 짧은 시간에 많은 아파트를 지었다. 당시의 인력, 기술 수준으로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물량이었다. 고품질 시공을 바라는 것은 욕심에 가깝다. 

실제로 기술, 안전, 품질 등을 건설현장에서 일일이 챙기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사업의 진행속도가 빨랐다. 심지어 골조공사의 원자재로 쓰이는 모래가 부족하자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를 제대로 씻지 않고 사용하기 일쑤였다. 

이렇게 건설된 신도시는 어느덧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녹물 등 기계설비뿐 아니라 시설 자체의 노후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새로운 난개발로 주변을 황폐화할 조짐마저 나타났다. 

실제로 분당신도시에서는 정부와 주민 사이에 다툼이 한창 벌어졌다. 서현동 일대에 공공택지개발을 추진하려던 정부의 움직임에 주민들이 제동을 건 것이다. 지루한 법정 다툼이 전개됐고, 수년간의 공방 끝에 1심 사법당국의 판결은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주민들이 승소할 수 있었던 중심에는 의외의 것이 존재했다. 바로 맹꽁이다. 판결에서 정부가 맹꽁이 서식지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묻어버리려 한 점이 정부패소의 원인으로 제시됐다. 

말하고 싶은 것은 자연환경은 단순한 개발 논리로 훼손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다. 탄소제로 등 신재생에너지, 그린뉴딜 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의 기조가 부동산 개발정책 앞에서는 자연환경을 망가트려도 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행위의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주민들이 지역 개발 등에 참여하는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주변 생태환경도 중요한 가치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전세계가 코로나로 촉발된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단으로 그린뉴딜을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사법당국의 인식 역시 환경지향적 판결을 내렸다는 점은 건설업계에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개발 행위도 환경을 고려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기업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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