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제품 직접구매·금융·고용·창업지원… 상생협력 실천”

특정기업이 독보적인 기술력 하나로 ‘독불장군’처럼 산업계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웃기업, 동반기업이 필요한 시대다.

하지만 건설산업계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여전히 ‘수직 문화’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이를 타파하고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키워드로 ‘동반성장’이 꼽히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최대 건설공기업인 LH 동반성장처를 이끌게 된 배창영 처장을 만나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시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동반성장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배창영 처장.
배창영 처장.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를 ‘하청업자’로 여기지 않고 진정한 동반자로 인식해야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올해 1월 LH 동반성장처로 자리를 옮긴 배창영 동반성장처장은 ‘건설산업’이 ‘건설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동반자 인식을 꼽았다. 상생협력의 첫 시작은 ‘원청업체’의 인식변화에 달렸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배 처장은 앞서 공동주택과 환경시설의 설계·시공·유지관리 업무와 그린리모델링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번에 동반성장부서를 책임지게 되면서 스스로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그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이제 중소기업 지원 업무를 전담하게 됐다”며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방안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기술개발, 금융, 판로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소기업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수 기술 보유 중기에 연속적 지원 방안 마련
중기제품 구매 확대로 올해 6조8000억 조달

그가 이처럼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한 축이 바로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기업체수(381만4000개) 가운데 99% 수준인 380만9000개에 달한다. 소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체가 중소기업에 속한 셈이다. 

중소기업 종사자 수도 전체 기업 종사자 수 1771만명 가운데 1588만명으로, 절대 다수가 속해 있는 경제 영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국민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건강한 경제환경 조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배창영 부장이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국가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반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LH가 지금까지 중소기업들과 함께 해 온 역사만큼 미래에도 중소기업의 역할은 크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 동반성장처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 분야에 대한 지원도 늘려갈 계획이다. 

LH는 현재 20개가 넘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중점 추진과제인 ‘중소기업 육성’에 발맞춰 다방면에서 지원책을 마련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공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동반성장을 실천함으로써 상생협력 문화를 창달하겠다는 의지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중기 생산 제품 직접구매 △금융지원 △연구개발 △고용과 창업지원 △생산성 혁신 등이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 수가 늘어나면서 그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사업 하나하나를 면밀히 살펴보고 적재적소에 최적화된 기업을 찾아 발굴하기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땀 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연속적인 지원이 가능한 방안을 적극 검토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는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은 6조4000억원이었다. 올해 구매액은 작년 대비 4000억원 증가한 6조8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LH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중소기업 우수기술(자재) 공모도 확대한다. 올해 SOC기술마켓에서는 총 3차례(3, 6, 9월)의 공모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작년 7월 중기부 합동행사로 격상된 ‘K-TECH 축전’을 성공적으로 열기 위해 올해 개최 시기를 12월로 늦췄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결정이다. 

그는 “신기술 축전은 LH 인증신기술 공모로 선정된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과 기술을 전시해 판로 확대를 꾀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라며 “중소기업 기술 홍보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행사가 알차게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기술자재 공모도 확대···SOC기술마켓서 총 3차례
‘K-TECH 축전’ 12월 개최··· 우수제품·기술 판로 확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배 처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사업성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LH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새로운 사업 분야도 놓치지 않고 지원할  계획이다. 효율적인 인력 활용과 품질 확보를 위한 스마트 공장,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설비기술,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절약기술 등이 대표적인 신사업 분야다.  

신기술의 현장 적용이 미흡하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췄다. 

배 처장은 “2014년 이후 신기술 현장 적용률이 평균 58%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장 적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올해 2월말까지 적용한 신기술 관련 누적금액은 817억원으로, 제도 도입 이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설계와 현장 담당자가 신기술 활용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신기술 사후 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도 적용률 확대에 있다.

LH의 노력과 더불어 경제 주체인 대기업, 중소기업, 원청사, 하청사에게 필요한 인식은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동반성장의 기본은 상생협력 관계”라며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기술력 있는 중소건설사업자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제값을 주고 받는 공정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청업체든, 중소건설사업자든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최소 비용을 투입해 목적물을 완성하고 싶은 심리는 이해하지만, 모두가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소 비용만을 하청업체에게 주거나, 최소 비용을 투입해 최대한의 수익을 내고자 하는 원청사와 하청사의 숨은 마음을 뒤로하고 ‘성실 시공’이 가장 필요한 덕목임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는 “제대로 받은 만큼 제대로 된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제대로 된 목적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건설산업현장에 공정한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산업이 고용창출 효과도 크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왠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건설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신뢰도를 높여 건설인들의 자존감도 높일 수 있도록 LH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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