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은 재능의 주인이고, 재능은 덕의 하인이다
덕자재지주 재자덕지노(德者才之主 才者德之奴) -채근담(菜根譚)

이소영<br>문화로드 대표<br>교육학박사<br>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재능이 주변 환경과 호응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면, 덕은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마음의 기준으로 도덕적·윤리적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격이다. 재능은 대개 선천적인 것으로 남들과 비교해 뛰어나다거나 뒤처진다고 평가된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칭찬에 익숙해서 조금만 실수나 지적에도 까칠하게 반응하기 쉽다. 덕이 부족하면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해를 끼치게 되고, 결국 재능은 쓸모가 없어진다. 그러니 재능보다 먼저 덕을 우선시하라는 가르침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수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일종의 비대면 수업이라고 할 수 있는 2017년부터 시작한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전문가가 강의를 하면, 이를 들은 출연자들이 질문을 하는 형식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자는 교양을 위한 질문이 아닌 생존을 위한 질문을 던진다고 소개한다.

교양을 위한 질문이란 모르는 정보에 관한 것이거나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을 다시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다. 반면 생존을 위한 질문이란 분석이나 추론, 판단에 관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비대면으로 정보나 지식을 ‘알게 하다’에서 더 나아가 고차적 사고를 통한 태도변화를 ‘할 수 있다’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차이나는 클라스’는 출연자들과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전에 알고 있던 지식만으로는 세상을 이해하기에 부족하다거나 오류가 생기는 경험을 하게 한다. 곧바로 태도가 변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여러 다른 관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194회에서는 ‘재능과 노력에 따라 보상받는 것은 공정한가?’라고 질문한다. 얼핏 ‘공정하다’라는 답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질문에 출연자들은 ‘그렇다’거나 ‘아니다’라고 자신이 가진 신념에 따라 대답한다. 그러면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하지 않고 ‘보상의 많고 적음을 개인의 재능과 노력에만 귀인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라는 분석과 추론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현대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은 당시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재능과 노력이 있지만 환경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좌절과 굴욕을 안겨주는 재능과 노력에 따른 보상에 대한 신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공정하다는 신념의 한계를 깨닫도록 한다. 사실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서든 신념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를 꺼린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사건만 수용하고 저장하며 고집과 양극화를 키운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고 그 쓰임이 있다는 말은 당연하지만 잘 수긍되지 않는 말이다. 지금 당장 주목받고 잘 쓰이는 재능에만 쏠림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대나 환경에 따라 필요한 재능이 다르다면 재능의 경중보다 옛 사람들의 말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덕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의 차이는 질문으로 덕을 키우도록 한다는 점이다. 질문을 통해 넓고 깊게 생각하다보면 남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성품이 형성된다. 질문을 주고받는 행동의 실천으로 덕을 키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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