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원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상무이사(기술사).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초반에는 필자와 같이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약간 업신여기는 듯한 표현으로 공돌이라고 불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필자의 선후배들도 큰 저항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현업에 종사하면서 만나는 외부의 건설 프로젝트 의사결정권자들은 필자를 포함한 우리를 속칭 노가다 또는 노가다꾼이라고 비하하는 듯한 언어로 우리를 지칭하고 우리는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자괴적인 현실 속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나름 전문가라고 일컬어지는 데에 대한 자부심과 부담감으로 인해 전문가로서 연구해 고심한 결과를 제출했을 때에는 재학시절의 공돌이라는 표현은 당당함으로 대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당해 건설 프로젝트의 의사결정권자들의 결정통보 내용은 우리가 밤새 검토해 제시한 의견과는 사뭇 달라져서 우리에게로 되돌아 왔을 때 우리들의 당황함과 자괴감은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우리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되짚고 도출된 결론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하면서까지 다듬고 다듬어 의사결정권자에게 다시 전달했다.

그러나 그 의사결정권자들은 “검토는 당신들이 하고 결정은 우리가 알아서 판단한다”고 하는 간결하지만 우리를 움츠리게 하는 결정으로 되돌아 왔다.

그로 인해 우리 전문가의 참여기회의 축소와 그에 따른 능력의 축소는 사회 전반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분개했었다.

얼마 전 ‘엔지니어가 대우받는 미국서 글로벌 엔지니어가 되기!’란 한 매체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엔지니어로 수련하던 시절이 떠올라 자연스레 눈길이 끌려 그 내용을 읽어 보니 ‘헤드쉽들은 프로젝트를 할 때 예산을 줄이려는 최초 설계도안을 내면 엔지니어링 팀에서 적절한 의견을 제시하면 반대의견을 제시하다가도 그러한 결정을 내린 과정을 설명해 주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해 간다. 아마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그럴 것이다. 유사분야와 융·복합화 되어가면서 어제와는 또 다른 오늘과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엔지니어들이 진정한 전문가로서 비전문가들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진화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엔지니어 전문가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첫째, 자기 분야에 대해 깊고 세심한 전문지식을 연마해야 할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감히 필자가 이야기하지 못할 만큼 스스로 독려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 주변 연관분야와 소통을 통해 엔지니어링 효과의 증대화에 대한 노력을 엔지니어와 업계, 학계가 공동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역시 관련 분야에서 많은 노력과 수고로 진전되고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 엔지니어 개개인들이 건설 프로젝트에 임할 시 경영의 자세와 능력의 소양을 함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건설 프로젝트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하나의 목적을 이루고는 해산해 버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의 공과 과도 더불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둬야 하는 제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엔지니어 전문가의 결정이 비전문가에게 온전하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우리 분야의 엔지니어링 전문성뿐만 아니라 건설산업이나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깊고도 넓은 식견을 갖춰야 한다.

이제 우리 엔지니어도 깊고 넓게 고민해 우리의 결정에 대한 비전문가의 고뇌를 덜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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