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 전력공급 확대가 탈탄소시대 '열쇠'

정동욱 교수<br>(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br>
정동욱 교수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온도 상승을 2100년까지 섭씨 2도 이하로 하자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가 탄소중립 선언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탄소중립 2050을 선언했고, 파리기후협약을 탈퇴까지 했던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심지어 세계 탄소배출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도 2060년 탄소중립을 말한다.

탄소 중립은 원자력에게 기회이자 반드시 이뤄내야 할 임무이기도 하다. 원자력에 소원했던 국가들도 탄소 중립을 위해 원자력을 다시 보고 있다.

원자력을 비판했던 환경단체들도 내키지 않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원전 사업자들은 재생에너지와 같이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받기도 한다.

또한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조립형 소형원전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석유, 석탄, 가스 등 탄소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우리나라 역시 탄소에너지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2018년도 에너지수급통계에 의하면 석탄, 석유, LNG의 비율은 85%이다. 무탄소 에너지인 수력,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다 합쳐도 불과 15%이다. 그러니 탈탄소 사회로 전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상상을 불허한다.

극단적인 에너지절약이나 경제성장을 희생하지 않고 탄소중립으로 가는 방법은 무탄소 전력공급을 확대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수송, 건물, 산업에서 전기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전기차, 전기 열공급, 무탄소 전기를 이용한 수소생산이 열쇠다. 그래서 미국은 2050 탄소중립 이전에 2035 무탄소 전력공급을 들고 나왔다.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자력도 이용확대를 꾀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력은 물론 재생에너지 자원도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탈원전 정책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최근 월성 원전의 여러 이슈는 원자력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시각이 얼마나 정치화 돼있는 지를 보여준다.

우려스럽게도 모든 원자력 이슈들은 결국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해석되고 이념적으로 포장된다. 월성1호기 영구 폐쇄를 결정한 경제성 평가의 적절성과 관련된 문서 파기의 범죄성을 따져보자는 것은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 들여지고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편에 있어야 할 여당이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검출을 문제 삼는 일까지 벌어졌다.

원전 안전에 일말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관리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위험을 과도하게 이슈화하는 것은 집단 공포를 만들고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화하게 된다.

원자력이 정치적 논란의 에너지가 된 것은 핵무기에 반대하는 반핵운동의 관점에서 원전을 보고, 대중이 갖는 생경한 위험에 대한 경계감,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과학적 판단보다 이념적 인식을 이용하여 정치화 하려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자력이 통계적으로는 그 어떤 에너지와 비교해도 안전함에도 체르노빌, 후쿠시마라는 트라우마를 만들고 대중 친화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점도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앞에 탈탄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탈탄소를 위해 원자력만큼 효율적인 에너지는 없다.

석탄이 산업혁명을 열고 이제 자리를 비켜 주듯이, 우선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에너지 선택을 따져도 전혀 늦지 않다. 원자력을 둘러싼 정치적 과잉 반응으로 미래의 기회를 잡기는 커녕 기후 위기의 희생자가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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