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올해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올해 ‘공정이 뿌리내린 활기차고 따듯한 시장경제 구현’을 위해 △갑을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포용적 시장환경 조성 △혁신이 촉진되는 시장환경 및 거래관행 형성 △공정거래정책 추진 인프라 강화 등 6대 핵심과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건설업계는 마지막 과제인 ‘공정거래정책 추진 인프라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신속한 시정과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한 집행체계를 구축하고, 공정거래정책추진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공정위가 지금까지 하도급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입은 중소업체를 구제하기 위한 시정도 늦었고 피해구제도 실질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사실이 그랬다. 하도급을 주로하는 중소건설업체들에게 공정위는 적어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기기전까지, 건설불공정행위 예방과 처벌을 위한 정책 입안과 사건조사까지를 전담하는 정부 유일의 부처로 추앙받아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하도급업체들이 배신감에 치를 떠는 부처로 전락했다.

그도 그럴것이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업체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하고 신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야 하는 엄청난 부담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신고 후 정작 돌아오는 것은 차일피일 지연되는 사건처리와 솜방망이 처벌에 피해구제는 늘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재수 의원이 발표한 ‘최근 3년간 공정위 사건처리 현황’을 보면 2020년 8월까지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 1449건 중에 법정처리기한을 초과한 사건이 절반이 넘는 828건(57.1%)으로 나타나 신고한 하도급업체들의 복장을 터지게 했음이 입증됐다.

지금 공정위의 하도급 관련 제도와 정책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며 하도급자를 옥죄는 원도급자의 각종 특약과 불공정 수법에 대응하는 공정위의 대처 속도도 느린 편이 아니다.

다만 관련 제도와 정책을 운용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업체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그 원인에는 담당 공무원의 인력부족이 포함돼 있기도 하겠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고 구제하겠다는 공정위의 존재 가치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업무계획 마지막을 장식한 ‘공정거래정책 추진 역량을 강화’를 위한 ‘사건처리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 개선’은 꼭 실현해야 한다. 그래서 사건처리가 빨라지고 하도급자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구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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